연세대학교에는 자랑거리가 많이 있다. 128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형성된 명문사학으로서의 빛나는 전통들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연세춘추>도 그중의 하나이다. 춘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신문이자, 일제 시대와 해방 후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이를 기록하고 이에 대한 연세인의 생각과 의지를 대변해 온 연세 문화의 대표적인 한 증좌이기도 하다. 춘추는 자랑스러운 연세의 역사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연세의 한 자랑이기도 했다. 특히 춘추는 국내 최초의 한글 신문이자, 국내 최초로 가로쓰기 편집을 단행한 신문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한글 가로쓰기 신문의 효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사의 한 획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나라와 대학이 위기에 처할 때 연세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애썼고,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정치권력의 압력을 받아 배포 중지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고, 때로는 필설로 때로는 백지 지면으로 그에 저항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아무리 엄혹한 시기에도 춘추는 살아남아 이어져 왔고, 나라 경제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춘추는 꾸준히 발행되어 왔다.
그런 <연세춘추>가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적 엄혹기도 아니고 경제적인 공황 상태도 아닌데 춘추는 존재 자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78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춘추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초유의 재정적인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번 학기부터 춘추 구독료 납부 방식이 바뀐 탓이다. 이때껏 등록금에 자동적으로 포함되어 납부하던 구독료를 구독을 원하는 학생만 선택적으로 납부하게 함으로써 일어난 결과이다. 수혜자 원칙에 따라 구독을 원하는 학생이 구독료를 내면 그 학생에게 춘추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시장논리로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원하는 자에게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세에 밀린 학교측으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말한다. 학생들이 종이신문 안보면 인터넷신문으로 돌리라는 소리도 들린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과는 대학신문을 약화시키거나 죽게 하는 조치이다. 대학신문이 죽으면 대학언론이 죽고, 대학언론이 죽으면 대학정신과 대학문화가 죽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대학이 스스로의 공론장을 갖지 못하게 되고 대학의 언로가 막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학신문이 약화되면 대학 행정이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대학신문이 쇠퇴하면 대학인의 여론 결집과 비판력이 약화되어 정치권이나 경제 권력이 대학인의 비판과 저항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울지 모른다. 사회적 견제와 비판 기능이 그만큼 약화되기 때문이다. 견제와 비판이 없으면 학교든 사회든 불행해진다. 그래서 대학에 신문이 있고, 사회에 언론이 있는 것이다. 미디어가 많아지고 다양화되면서 대학신문이 가졌던 위상과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대학신문이 대학 사회에서 수행하는 혹은 수행해야 하는 기본 역할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대학신문은 대학인의 자기표현과 발표의 장이고, 대학 내 여론 형성의 장이며,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장이다. 그럼으로써 대학신문은 대학 내 언론 행위를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가 되는 셈이다. 대학신문은 돈내고 사보는 단순한 상품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학신문은 대학인 개인의 사사로운 소비재가 아니라 대학 문화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필수영양제이자 대학 공동체의 필수공공재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방송인 공영방송을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 수신료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대표적인 대학신문 역시 대학문화 창달의 공공재라는 점에서 재원 확보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신문을 살려 얻는 이점이 대학신문을 고사시켜 생기는 손실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연세춘추>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학교 당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때이다. 연세인의 지혜로운 판단과 성원도 더없이 긴요한 때이다. 지금 이 시대에 연세를 구성하는 연세인들이 <연세춘추>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한국방송학회 25대 회장 강상현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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