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시절의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1교시 수업에 지각한 선배가 연세춘추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왔다. 수업에 늦어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뛰어오는 와중에도 손에 챙겨 들고 올만큼 연세춘추 애독자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연세춘추를 보는 것인지 선배에게 물었다. 그러나 선배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등록금 낼 때 연세춘추비도 냈잖아. 신문을 안 보니까 여름에 더울 때는 부채로라도 써야지.” 

 그동안 신문을 보지 않는 학생도 의무적으로 연세춘추비를 내야 했으니 선배는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제 더는 이러한 불만이 없게 되었다. 학교에서 이번 학기부터 학내 언론 구독료를 비롯한 등록금 외 잡부금의 납부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연세춘추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가 울먹이며 말을 걸어왔다. 친구는 연세춘추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학기 선택납부제의 시행으로 연세춘추의 예산이 갑작스럽게 줄었는데, 학교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 납부가 시작되면서 학교는 연세춘추뿐만 아니라 학내 모든 언론사에 대해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이,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선택납부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이 선택납부제를 시행했다. 친구의 말대로 지난 방학동안 연세춘추 기자들은 이번 학기 신문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아니라 신문을 발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연세通은 연세춘추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연세通은 학내 ‘자치언론’으로서 연세춘추와 달리 재정적, 행정적으로 학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지위를 유지한다. 이러한 점에서 연세通과 연세춘추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학보사인 연세춘추가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연세通을 발행하면서도 자주 느끼지만 공공연하게 학내 언론이 ‘불필요한 무엇’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연세춘추를 비롯한 학내 언론이 전에 없던 위기를 겪게 되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학내 모든 언론들이 꿋꿋이 위기를 딛고 더 단단해지기를, 힘을 내기를 응원한다.

연세通 채명숙 편집장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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