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시간표는 온전히 학생 자신이 만들어 간다. 그러나 ▲개설 전공 과목의 수 부족 ▲계절학기 개설 강의 종류의 한계 ▲부족한 실습 장소나 미비한 장비 등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

 

학과별 차이가 큰 선택권

 

신촌캠은 학과 정원에 따라 개설된 전공 수 차이가 커 전공에 따른 수업선택권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2012년도 2학기 현재 재학생 1천 540명의 경영학과는 2학기에 서로 다른 59종류의 전공이 123개 개설됐지만 재학생 53명의 문화인류학과는 11종류의 전공이 총 11개 개설됐다. 이는 학과 정원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에 차이가 나고 있음을 뜻한다. 문과대 교학 부학장 김현철 교수(문과대·중국어법)는 “개설 과목 수는 학생 정원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학과별 차이가 발생하지만 교수가 가능한 개설 시간 내에서 매년 다른 과목을 개설하는 등 노력을 통해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수강신청 전쟁, 대안은?

 

경영학과와 같은 규모가 크고 타과생들의 수강 비율이 높은 전공은 수강 신청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타과생들의 높은 수강 비율로 전공생의 수강 신청에도 어려움이 커지자 경영대는 전공기초의 경우 분반을 나눠 신청을 받고 전공선택과목의 경우 전공생이나 복수전공생은 아침 9시부터, 타과생은 낮 12시부터 신청하게 하는 대안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과들의 수강신청은 여전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2012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의 경우, 타과생의 수강 비율이 높은 언론홍보영상학부(아래 언홍영)의 수강 신청 경쟁이 과열돼 전공생들에게 수강가능 인원이 충분히 배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언홍영 사무실 관계자는 “교수가 학년별 인원을 배정하지 않는 경우 4학년부터 진행되는 수강 신청에서 사전에 정원이 누적돼 아래 학년에게는 정원이 배분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경영학과 같이 전공생을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원주캠 경영학부는 타 전공보다 학생 수 대비 교수 비율이 굉장히 낮아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택수 교수(정경대·데이터마이닝)는 “학부생들은 매년 증가하지만 반면 교원 수는 변하지 않아 전공 수업이 부족하게 열리거나 대형강의를 늘리는 등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안태민(경영학부·11)씨는 “졸업요건에 맞춰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전공필수과목이 수용인원이 적어 신청하지 못한 선배를 주변에서 봤다”며 “졸업요건을 개편할 수 없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의 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의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교원 확충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하지만 전공필수과목의 경우 전임교수가 아닌 외부 강사에게 맡기는 데 한계가 있다. 신 교수는 “지속적으로 학교에 교원 확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겠지만 당분간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뭐가 열릴지 알 수 없는
계절학기 강좌

 

한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우리대학교 신촌캠은 ‘계절학기 개설 강좌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실제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에 비해 수요조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턱없이 적어 실효성이 크진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캠은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는다. 이에 교무부 수업 담당 김남숙 차장은 “신촌캠은 기본적으로 수강하는 학생이 많으므로 폐강되는 경우가 적지만 원주캠의 경우 학생 수도 적고 등록율도 낮아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요조사의 비실효성을 언급했다. 계절학기 개설 과목이 정규학기 개설 과목을 기본으로 하지만 학생들은 수요조사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강의가 개설될지 모른다. 김 차장은 “계절학기 수요조사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판단될 경우 수요조사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공간 문제 심각

 

실습이 필수적인 신촌캠 공과대, 원주캠 인예대 디자인학부 등의 전공은 부족한 장소나 미비한 장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신촌캠 공과대 건축공학과의 경우 공과대 내의 설계실이 충분치 않아 6년 째 연세우유 처리장에 있는 공간을 설계실로 활용하고 있다. 건축공학과 학생회장 임지혁씨(건축·07)는 “총학생회와의 협의를 통해 연세우유 처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축될 공대타워에는 충분한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원주캠 디자인예술학부도 작업실 공간 부족의 문제를 겪고 있다. <관련기사 1690호 ‘디자인학부, “작업실에서 밤새고 싶어요” ’> 뿐만 아니라 청송관 3층, 4층에 각 1개씩 위치한 목업실도 관리가 허술하다. 목업실은 학생들이 수업을 위한 과제를 함에 있어 필수적인 공간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아무개(디자인학부·10)씨는 “장비가 열악한 것은 아니지만 장비관리와 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디자인학부 학생회장 김현중(산디·07)씨는 “현재 목업실의 관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과사무실에 지속적인 요청을 통해 잘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배아량 기자 
arirang12@yonsei.ac.kr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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