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통신 기술 업계 선두주자, 퀄컴에 대해

3G, 4G, LTE, VoLTE…… 오늘날 핸드폰 통신과 관련해 쏟아지는 기술들의 이름이다. 이런 기술들을 개발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 회사일까? 아니다. ‘퀄컴(Qualcomm)’이라는 곳이 모든 핸드폰 통신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 회사들은 퀄컴의 원천 기술을 로열티를 지불하고 빌려올 뿐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퀄컴은 전 세계에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통신 기술 개발 및 핸드폰에 쓰이는 부품 제조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에이온휴잇이 ‘Best Employers in Korea’(이하 BEK)에 선정할 정도로 속이 꽉 찬 퀄컴에 대해 6개의 동인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탐구해보자.

좋은 사람이 퀄컴의 원동력

‘일이 힘들어도 사람 때문에 버틴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조직에서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좋은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시장조사업체인 이지서베이가 지난 2010년 직장인 8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스트레스로 ‘상사나 동료와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43.7%)  꼽았다. '업무환경이나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36.5%로 그 뒤를 이었다. 즉, 직장 내 대인관계로 인한 심리적 요소가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퀄컴은 조직 내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좋은 사람‘을 뽑고 그들 간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가장 큰 공을 들인다. 인사부 박찬진 차장은 “퀄컴이 BEK에 선정된 데는 사람(People)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며 “지식과 풍부한 경력을 겸비하고 있어 ’한 번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6개의 동인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사람‘은 지도자의 리더십, 매니저의 조력자 역할, 동료와의 관계, 사람중심, 고객과의 관계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한편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승수 전무는 “여기서의 좋은 사람이 단순히 인성이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퀄컴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그에 덧붙여 능력이 있고 가파른 성장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한편 개개인을 직급이 아닌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모습도 돋보인다. 물론 사원들을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문화는 비단 퀄컴만의 것이 아니긴 하지만 직원을 한 개인으로 존중하는 모습과 직원 간 친밀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홍보팀이나 회사 내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줄로만 알았던 가치관도 퀄컴에서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퀄컴은 주기적으로 ‘Climate Survey’를 실시해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이 퀄컴에 대해 갖는 생각에 대해 파악한다. 이때 ‘퀄컴의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세 가지를 회사의 가치로 정했다. 바로 혁신(Innovation), 실행(Execution), 그리고 동료(Partner)다. 즉 회사 정책이 직원들의 의견에서부터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The best makes the best, 최적의 업무환경

좋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Work)도 BEK로 뽑히는데 중요한 요소다. 퀄컴은 직원들이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크게 ▲Open Door System ▲Q-ventures ▲IOS(Internal Opportunity System) ▲On-the-job Training 등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Open Door Policy’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배려한 것으로 상사가 사무실의 문을 항상 열어둬 언제든 부하직원이 방문해 창의적인 생각을 제시할 수 있게 돕는다. 이는 주로 상명하달을 채택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김 전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의견을 전달하러 오는 것으로 보아 Open Door Policy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정책이 ‘Q-venture’와 같이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개진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나의 끊임없는 성장을 돕는 회사

Q-ventures는 전 세계 퀄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최종 여섯 팀은 회장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우승팀에게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뛰어난 한 사람이 좋은 기술을 모두 개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고 존중받을 뿐만 아니라 그 중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퀄컴의 내부적 분위기. 이것이 바로 퀄컴이 지금 업계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IOS는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의 근속년수가 10년 이상, 많게는 14-15년에 육박할 수 있게 만든 핵심 요소다. 퀄컴은 매년 2차례에 걸쳐 ‘Performance Review’를 실시한다. 매니저와 부하직원이 1:1로 만나 지난 6개월간 업무 성과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는 기회로 직원이 업무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이를 보완할지 향후 계획을 수립한다. 시간이 지나도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성에 안 맞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 퀄컴 직원들은 다른 부서나 다른 업무에서 일할 수 있다. 내부 인력의 이탈을 막고 더 효율적으로 인력을 보존하기 위함인 것이다. 박 차장이 바로 산 증인이다. “원래 부서들을 지원하는 비서실에 있다가 2007년부터 인사부로 옮겨 일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30명 이상으로 많다”고 IOS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직원들의 업무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On-the-job Training도 빼놓을 수 없다. 신입사원의 경우 입사 후 바로 실제 업무에 투입됐을 때 개인별로 배정된 peer mentor의 도움을 받아 일을 배우고 적응해나갈 수 있다. ‘러닝센터’(Learning Center)도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미국에는 본사에 위치해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의 러닝 센터는 중국에 위치해있어 이곳의 담당자들이 방한하기도 하고 온라인 상으로 직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러닝센터의 교육 프로그램 계획을 수립한다. 이렇게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각국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휴가 쓰기 눈치 보인다고요? 휴가 쓰라는 등쌀에 못살겠어요!”

일하기에만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을 갖춰서는 좋은 기업이라 하기에 뭔가 부족하다. 직원들이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며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 말로 좋은 기업이 가진 덕목이다. 퀄컴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정말 ‘빵빵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김 전무는 넉넉한 휴가 일수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내 분위기를 꼽는다. “법정 휴일 12일을 포함해 기본적으로 22일의 휴가를 쓸 수 있으며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원들에게는 6개월을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 본사에서는 아예 7월과 12월에는 휴가를 많이 쓰라는 장려메일이 오기까지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퀄컴은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는다. 퀄컴은 ‘Q-cares’라는 이름 아래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특히 5년 전부터 매년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퀄컴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를 개최한다. 이에 덧붙여 다양한 봉사활동 역시 수시로 진행된다.

취업 앞둔 공대생 여러분, 여기 보세요!

취업을 앞둔 공대생이라면, 그중에서도 특히 전기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사항도 있다. 퀄컴은 향후 자사의 인재가 될지도 모르는 20대에게도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향후 연구원으로 해당 기업에 입사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수여하는 장학금과 달리 퀄컴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조건으로 이공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 뿐만 아니라 10년째 퀄컴IT투어를 마련해 방학이면 이공계 학생 2~30여명에게 1주일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방문해 퀄컴의 기술을 직접 보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퀄컴 코리아에서만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더 특별하다. 마지막으로 퀄컴은 ‘인턴=저가 고급 노동력’이라는 암묵적인 전제를 버리고 인턴에게도 한 달에 200만원 정도의 보수를 제공하며 사원과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 이후 퀄컴에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사례도 꽤 많다고 한다.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우리는 IT기업하면 흔히 마이크로소프트나 안철수연구소와 같이 유명한 곳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퀄컴과 같이 숨은 알짜배기 기업도 주변을 돌아보면 정말 많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좀 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훨씬 폭넓어진다. 첫 회에서 언급됐듯 연봉이나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딘지 더 꼼꼼히 살펴보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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