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퇴근시간의 혼잡한 공간에 지친 몸을 맡긴다. 그 순간 시원하면서 달달한 향이 코끝에 감기는 듯 하며 달아난다. 어느새 시선은 향기가 흘러오는 곳으로 자연스레 ‘향’한다. 저 남자, 향이 참 그윽하다.

외모를 가꾸거나 화려한 언변을 구사해 시선을 사로잡는 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나만의 향기로 타인의 마음을 녹인다는 것,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향수의 신비한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향수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지난 2007년 발표된 숙명여대 남지혜 석사의「20-30대 여성이 선호하는 향조 및 향수 구매 행동」에 따르면 향수는 지속정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짙은 농도의 ‘퍼퓸’(Parfum)은 15~30%의 향수 원액을 함유해 약 12시간 동안 향이 유지된다. 8~15%의 원액을 포함한 ‘오드 퍼퓸’(Eau de Parfum)은 7시간 동안 지속되며, 가장 많이 애용되는 ‘오드 뚜왈렛’(Eau de Toilette)은 6~8%의 원액을 포함해 3~4시간 동안 은은한 향을 풍긴다. 남성이 주로 사용하는 ‘오드 코롱’(Eau de Cologne)의 지속시간은 1~2시간 정도로 짧으며 ‘샤워 코롱’(Shower Cologne)은 향수 원액이 3~5%로 낮아 이름 그대로 샤워 후 가볍게 뿌리기 적합하다.

또한 향수의 향은 노트*의 변화에 따라 세 단계로 구성된다. ‘탑노트’는 향수를 뿌리고 약 10분 전후의 단계이며 알콜의 톡쏘는 느낌과 함께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향을 느끼는 단계인 ‘미들노트’는 향수를 뿌린 후 약 30분~1시간 사이의 단계로 향이 풍부하고 안정적이다. ‘베이스노트’에서는 2~3시간 후 부드러운 잔향만이 남는다.

 

나에게 맞는 향수 찾기

시중의 수많은 향수들 중 한 제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에 향 전문 잡지『코파르팡』 노인호 대표와 향수 수입업체 콕스몰 제영주 직원이 몇 가지 팁을 알려왔다.

우선 각자의 취향과 체향에 따라 똑같은 제품이어도 호불호가 갈리므로 향수를 고를 때는 직접 시향한다. 제 씨는 “향수를 구입할 때 반드시 시향지나 손목 등에 뿌린 후 향수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단계인 미들노트의 향을 느껴보고 구입하라”며 “인터넷에서도 무료 샘플로 오프라인 매장 못지않게 시향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선호하는 향에 대해 제 씨는 “여성들은 후레쉬 플로랄 계열이나 프루티 플로랄 계열의 가벼우면서 달콤한 향을, 남성들은 아쿠아 계열이나 시트러스 계열의 시원하고 깔끔한 향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향수의 경우 랑방의 ‘에끌라 드 아르페쥬’, 불가리의 ‘옴니아 아메시스트’ 등이 해당되며 남성향수는 페라리의 ‘라이트 에센스’, 다비도프의 ‘쿨 워터’ 등이 이에 적합하다.

한편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향수는 어떻게 골라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을 연세인에게 향수 칼럼리스트 노 씨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아래 표 참조)

 

 

한번쯤 뒤돌아보고 싶게 하는 그와 그녀

‘시그니쳐’ 향이란 사람마다 풍기는 고유의 향을 의미한다. 같은 향수 제품이라도 뿌리는 사람의 온도, 체향에 따라 향이 약간씩 변하며 개인의 시그니쳐가 된다. 무심코 지나친 길에서 상큼한 향을 맡았던 경험을 해 본 적 있는가? 뒤돌아 잔향을 쫓기 보다는 아름다운 향을 직접 내는, 나만의 시그니쳐 향을 찾아나서 보자.

*노트: 에센셜 오일, 알콜, 정제수 등의 원료가 배합과정을 통해 나오는 향에 대한 후각적인 느낌이다.

 


김정연 기자
chadonyeo_j@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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