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특강 ‘東洋고전, 2012년을 말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고전을 읽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근래에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조차 임직원들에게 고전읽기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추세인 만큼 더 이상 『논어』, 『도덕경』, 『손자병법』, 『사기』 등의 제목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중에서 한 권이라도 제대로 정독한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고전’을 칭송하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다 - 마크 트웨인

고전과 현대사회의 소통

‘東洋고전, 2012년을 말하다’(아래 동양고전 특강)는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이 주최하고 플라톤 아카데미와 YES24가 주관한 동양고전 강연 및 독서프로그램(아래 프로그램)이다. 학술정보원 국학자료실 박관규 주임은 “우리대학교 내 동양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삶의 지혜와 통찰력이 담겨 있는 14권의 동양고전을 국내 최고의 학자들과 읽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 봤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4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동양고전 특강은 우리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박 주임은 “우리대학교의 인문학적 업적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인문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자』와 장자

지난 9월 25일 동양고전 4번째 강의 ‘장자 읽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강연한 문사철 기획위원회 강신주 위원은 “내가 사랑한 사람과 타인이 사랑한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지만 우리는 ‘사랑’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며 “고전을 읽고 그 의미를 새겨보는 것 또한 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장자』를 통해 ‘인간적인 자유의 가능성’에 대해 숙고해 보자고 했다.
현존하는 『장자』는 중국 위·진시대를 풍미했던 사상가 곽상이 편집한 것으로 「내편」, 「외편」, 「잡편」의 총 33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서기 1세기경에 반고가 지은 『한서』의 「예문지」에는 『장자』가 총 52편으로 돼 있다는 기록이 있으며, 사마천의 『사기』 중 「노장신한열전」에는 장자가 10여 만 자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곽상이 편집한 것은 반고와 사마천이 본 『장자』 중 3분의 1 분량이 유실된 판본이다.
강 위원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견에 따르면 「내편」에는 전국시대 중엽에 살았던 장자 본인의 사상이 온전히 들어있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에게 사상적 영향을 받은 후학들에 의해 이뤄진 일종의 논문집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장주의 집은 가난해서, 그는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려고 갔다. 그 제후가 말했다. “좋다. 나는 곧 내 땅에서 나오는 세금을 얻게 되는데, 너에게 삼백 금을 빌려 주겠다” 그러자 장주는 화를 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어제 이곳으로 올 때, 길 중간에서 소리치는 무엇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잉어였습니다. (중략) 잉어는 ‘저는 동해의 왕국에서 파도를 담당하는 신하인데, 당신은 한 국자의 물로 나를 살릴 수 없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제가 ‘좋다. 나는 지금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에게 유세하러 가는 중이니, 서강의 물길을 네가 있는 곳으로 향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하자 그 잉어는 화를 냈습니다. (중략)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나를 살릴 수 있는 한 국자의 물입니다. 만일 이것이 당신이 말할 수 있는 전부라면, 당신은 건어물 진열대에서 저를 찾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 『장자』중 「외물편」


『장자』에는 장자에 얽힌 많은 우화가 나온다. 이 우화들에는 장자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나타나며 그에 따라 장자에 대한 지칭도 달라진다. 하나는 스승에 대한 후학의 존경심이 담긴 경칭으로써의 ‘장자(莊子)’, 다른 하나는 장자학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자 실명으로 지칭한 ‘장주(莊周)’다. 강 위원은 “옛 인물에 대한 고전의 원문을 볼 때는 ‘장주’처럼 실명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그 인물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위원은 “자유롭고 신성한 이미지의 장자와 인간적이고 유머스러운 장주는 명확히 구별해 읽어야 한다”며 이 시간에는 장주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자고 제안했다.

자유는 조건적이다

북쪽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의 이름은 ‘곤’이다. 곤의 둘레 치수는 몇 천리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중략) 메추라기가 대붕이 나는 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수풀 사이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너는 어디로 가려하는가?” (중략) 바람의 부피가 충분히 크지 않으면 커다란 양 날개를 몸에 실어 날 수 있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붕은 구만리를 날아올라 자신의 밑에 바람을 두었을 때만 자신의 무게를 바람에 얹을 수 있는 법이다. 남쪽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려면 자신의 등에 푸른 하늘을 지고 앞에 명료한 시야를 얻어야만 한다.
- 『장자』 중 「소요유」 

강 위원은 “보들레르의 『악의 꽃』 중 「알바트로스」처럼 거인같은 날개를 가진 대붕은 바다가 움직일 정도의 커다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남쪽으로 날아가기 어렵다”며 “메추라기에 비해서 자유롭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 위원은 “대붕을 바람만 기다리는 철저히 의존적인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대붕은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구만리 상공으로 비약하려고 매번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자유에 대해 어떤 구속도 없이 마음대로 행할 수 있는 상태를 연상하곤 한다. 그러나 강 위원은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의미의 자유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인간의 한계에 속박되지 않을 것이고 신과 같은 절대자가 돼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메추라기는 현실 세계에 속박돼 있으면서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반면 대붕은 현실의 한계로부터 비약하여 이 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도를 확보하기에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은 대붕일 것이다.
장자가 말한 대붕의 자유는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어낸 자유’를 말한다. 강 위원은 “대붕이 갖는 상승과 비약에의 의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계속된 실패와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때 비로소 구만리 높이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의 악조건을 극복해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강 위원은 청중들에게 “당신들은 메추라기인가? 대붕인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커다란 바닷새 신천옹들을
뱃사람들은 흔히 장난삼아 잡는다.
(중략)
땅 위로 쫓겨나 놀림당하는 마당에서는,
그 거인같은 날개 때문에 걷지도 못하다니.
- 보들레르의 『악의 꽃』 중 「알바트로스」

고통의 깊이만큼 자유롭다

강 위원은 장자의 대붕이야기를 통해 관념으로서의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서의 능동적인 실천만이 인간의 자유를 가능케 한다고 역설한다. 이 때 한 남학생은 “사회가 장미를 요구하는데 자신은 개나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장미에 맞춰 피어나 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위치에 오를 때 까지 ‘자유’를 향한 의지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강 위원은 “‘이만하면 적절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라”라며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강 위원은 “과거 사법고시생이었던 친구는 장래에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 말했었고, 의대생이었던 친구는 이후에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말했었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자유는 고통”이라며 “고통을 잠시 제쳐두고 현재의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메추라기의 자유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날 강연에 참석한 서대문구 주민 김현숙(44)씨는 “그동안 막연하게 인식했었던 자유와 고통에 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였다”며 앞으로의 강연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양고전 특강’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를 연상했는가? 알 수 없는 한문이 난무하는 오래된 책? 강 위원은 마지막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고전을 딱딱하게 대하지 말자는 당부를 남겼다. 히치콕 감독의 버드아이즈뷰(bird eye’s view)는 스크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자』와 같은 고전에서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사진 김지영 기자
kim_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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