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구윤규(신방·08)씨가 들려주는 귀농이야기

6·70년대에 상경했던 5·60대 장·노년층이 퇴직 이후 농촌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귀농’이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귀농은 비단 퇴직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0대가 세대주인 296가구가 농어촌으로 이주했다. 이는 2010년 통계보다 무려 5배나 증가한 수치로 2011년 당시 연령별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귀농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2·30대의 젊은이들도 귀농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귀농물결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귀농을 선택한 젊은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류는 농업대학을 졸업해 배운 것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는 청년들이었고 두 번째 부류는 가족이 농사를 업으로 삼아 학업을 마친 뒤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시의 삶에 싫증을 느낀 청년들이 귀농을 택하고 있다. 구윤규(신방·08)씨도 이러한 청년 중 한명이다. 그는 올해부터 논산에서 5마지기*의 논을 경작하기 시작했다. 구씨는 농촌봉사활동(아래 농활)에 참여해 뿌린 대로 거둘 수 있는 자연의 섭리와 인정 넘치는 농촌의 삶에 매력을 느껴 귀농을 선택하게 됐다. 그는 “지금 농촌은 고령화, 다문화가정, 폐교 등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비록 가지고 있는 지식은 얼마 안 되지만 농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농촌사람들과 이를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농업대학을 졸업하지도, 가족이 농사를 짓지도 않았던 구씨가 귀농의 첫 발을 뗄 수 있었던 것은 농활에서 연을 맺게 된 농민회의 도움이 컸다. 보통 농촌에서는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기보다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사에 필요한 기계도 마찬가지다. 구씨는 “내가 귀농하겠다고 했을 때 농촌에 연고도, 자본도 없었기에 가족들이 많이 반대했다”며 귀농 초반의 어려움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으면 귀농은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도 단위부터 읍·면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젊은 20, 30대들에게 귀농을 위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농업지대 전라남도는 2년제 이상 대학을 졸업한 후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영농기반을 마련할 자금으로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최대 2억 원까지 융자를 해주고 있다.

물론, 농사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구씨는 지난 27일부터 한반도를 덮친 겹태풍으로 파손된 농작물과 비닐하우스의 복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벼는 쓰러지거나 병들었고, 비닐하우스는 찢기거나 날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씨는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낯선 곳, 낯선 일이라 적응도 안 되고 몸도 조금은 힘들겠지만 그 잠시의 고난 뒤에는 더 큰 무언가가 있다”며 “끈기를 가지고 이 농촌사회에 적응하길 바란다”고 귀농 하려는 20대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전체인구의 비중보다 3배 이상 고령화돼 있는 대한민국의 농촌현실. 구씨는 “농촌에는 고학력자가 드물어 농민들이 농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그렇기에 그 어느 곳보다 젊은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곳이 농촌”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근간(根幹)이라 할 수 있는 농업의 미래가 심히 불투명한 현재, 귀농대학생들의 역할이 그 어느 시점보다 중요해 보인다.

 

*마지기: 벼 4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을 일컫는다. 보통 논의 경우에는 200평, 밭은 300평을 1마지기로 한다.

 

최지은 기자
hotgirlj@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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