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동아리가 묻지도 않고 또왔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연세대학교 ○○○동아리인데요, 저희가 이번에 공연을 하면서 신촌에서 스폰을 받으려고요. 저희에게 소액의 지원을 해주시면 저희가 팜플렛 뒤에 광고를 실어드리고 있는데 혹시 가능하신가요?”

공연 또는 행사시즌마다 신촌거리는 ‘스폰’을 따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학생들은 공연이나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신촌에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을 돌아다니며 가게주인들에게 소액의 후원을 요구한다. 본래 학생과 대학가 상권의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데 의의를 두고 해오던 이 관행은 최근 들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상인들은 스폰을 따러 온 학생들을 이런저런 변명으로 뿌리치고 학생들은 자금 확보를 목표로 문전박대의 민망함을 뒤로 한 채 또 다른 가게들을 전전하는 풍경. 이는 이제 신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스폰? 너도 싫고 나도 싫고

원래부터 신촌 상권이 인색했던 것은 아니었다. 몇몇 동아리들의 말에 따르면 2011년 초만 해도 신촌 상권을 통해 후원받을 수 있는 돈은 200만원 남짓으로 나름 후한 인심을 자랑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반 만에 신촌 상권에서 거액 스폰을 따내기란 힘든 일이 됐다.

이 배경에는 신촌상권의 몰락이 있다.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이번달만 해도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두 번이나 후원금을 제공했다. 이씨는 “신촌 상권이 예전에 비해 많이 죽었다”며 “한달에도 학생들이 두 세번 이상 찾아오니 아무리 소액 스폰이라 해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스폰을 해준 이후 단 한번도 광고효과를 누린 적 없다고 입모아 말한다.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아무개씨는 “손님 대부분 대학생이기 때문에 스폰을 하긴 하지만 딱히 광고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인 임아무개씨도 “식당 운영 초반에는 학생들의 스폰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계속 스폰을 해주다보니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점점 더 많이 찾아왔다”며 “재정적 부담때문에 이제 더 이상 스폰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후원금을 받은 후 광고를 성의없이 싣는 학생들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모 식당에서 스폰을 받아 간 동아리 팜플렛에는 상호명 다섯글자만 찍혀나왔다. 그 식당관계자는 “전화번호도, 상점위치가 표시된 지도도, 상점사진도 없이 상호만 찍혀나오는 광고가 어디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상인들에게도 골칫거리이지만 학생들 또한 스폰을 따기 위해 돌아다니는 일이 달갑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스폰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다운(언홍영·11)씨는 “찾아다닌 상점 중 약 30%만이 스폰을 해줬고 그마저도 불편한 태도를 취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씨는 “일부 상점들은 광고를 실어줬는데도 사장님이 없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약속된 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후불제 스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신이 받는 돈은 정당합니까?

그렇다면 서로 얼굴 붉히는 신촌 상권 스폰따기에 더 이상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최근, 우리대학교 뮤지컬 중앙동아리 ‘ROTHEMS’(로뎀스)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상부상조하는 스폰문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3~5일 2천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공연 『CHICAGO』 흥행에 성공한 로뎀스는 신촌상권뿐만이 아니라 병원 및 기업체로부터 500만원 이상의 스폰을 따냈다.

『CHICAGO』를 기획한 황성민(행정·05)씨는 “2011년 초 공연 『WICKED』를 위해 스폰을 돌았을 때는 신촌상권에서 200만원 이상의 스폰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 돌았을 때는 100만원이 좀 넘는 스폰이 들어왔다”며 “지난 1년 반동안 스폰받으러 오는 학생들을 대하는 상인들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황씨가 가장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후원 받은 돈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 그 일환으로 그는 티켓에 할인혜택을 명시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또한 공연 쉬는 시간에 스폰을 해준 상점의 피켓을 띄우는 등 그들이 받은 돈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다.
또한 이번 공연부터 로뎀스는 하트하트재단에 공연수익의 20%를 기부하는 ‘재능기부공연’을 시작했다. 실제로 이 취지를 도입한 후 작년에 비해 4~5배의 스폰을 받을 수 있었다. 황씨는 “단순히 공연을 위해 돈을 후원하는 것보다는 공익을 위해 후원하는 것이 상인들의 입장에서도 적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황씨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신촌상권에 한정해서 스폰을 받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촌상권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뎀스는 스폰을 받는 데 신촌에 한정되지 않고 기업이나 병원을 찾았다. 가령, 이번 공연에는 강남하늘안과에서 거액을 후원했다. 마지막으로 황씨는 “스폰을 받는 학생들도 단순히 수혜자가 되기보다는 떳떳하게 돈을 받아서 떳떳한 돈을 받아서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학생들이 공연을 하거나 행사를 하는 데 스폰은 관행처럼 남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고질적인 문제들은 반드시 개선 돼야 한다. 획기적 대안이 없는 현재,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스폰을 장기적으로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후원금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후원금에 대해서 서로가 떳떳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 이를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최지은 기자
hotgirlj@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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