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3차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했으며 일본도 통화량을 풀기로 결정했다. 유럽과 중국도 유동성을 늘리면서 금리를 내렸다. 세계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양적완화를 결정하기 전날인 지난 13일 금리인하로 인한 과잉유동성을 우려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기 위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외국이 유동성을 풀고 금리를 인하하는 데 우리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그 부작용이 우려된다.
자본이동이 없는 폐쇄경제하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대출이 감소해 시중유동성이 감소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자본자유화로 외국자본이 유입되는 경우 이러한 금리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외국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로 외국자본이 유입돼 유동성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환율전쟁에서도 패하게 된다. 외국은 통화가치가 평가절하돼 수출을 늘릴 수 있는데 우리만 자본유입으로 통화가치가 절상돼 수출이 줄어 경기침체는 물론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위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자유화 이전에는 외국의 금리정책에 상관없이 우리가 독자적으로 금리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였다가 외국자본 유입으로 환율이 달러당 600원 선으로 하락하면서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지금도 외국자본 유입으로 환율이 급락하고 있으며 수출감소로 경상수지 악화가 염려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금리정책을 펼때 과거와 달리 외국의 금리정책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국이 금리를 내리는 경우 외국과 금리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금리결정에서 신중해야 한다. 또한 자본자유화 전과 비교해 통화당국의 유동성 및 물가관리 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이 자본유입으로 인해 시중유동성 조절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자산가격의 버블을 만들어 통화가치를 안정시킬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소국이면서 개방된 나라에 적합한 금리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환율과 외국인 채권투자를 고려해 금리정책을 펴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다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아 금리정책으로 인해 외국자본이 유입되는 경우 환율이 하락하고 시중금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외국인들의 국내채권투자가 늘어나면서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본자유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투자자들과 달리 우리나라 금리뿐만 아니라 외국의 금리까지 고려해 채권투자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채권가격과 금리가 변동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가지며 우리보다 큰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우리 채권투자를 늘일 경우 중국은 우리 채권가격과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변화된 상황을 인식해 과거와 다른 금리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중유동성을 관리해 자산가격 버블을 막을 수 있고 물가 또한 낮출 수 있으며 우리 금융시장을 지킬 수 있다. 지금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우리대학교 김정식 교수(상경대·국제금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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