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간에는 독도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고,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 및 욱일승천기를 모티브로 한 일본 체조선수의 유니폼문제 논란, U-20여자축구 한일전에서 등장한 욱일승천기 응원에 따른 갈등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염려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보수우경화 경향을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보다 냉철하게 한일간 현안문제을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은 그 동안 한국 정부가 지향해왔던 독도문제에 대한 소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아마도 일본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매우 당황하고, 또한 충격이 컸을 것이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 북한 핵문제 및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필자가 유학시절 만났던 일본의 정치인들도 한국의 실효지배를 인정하면서, 한일협력을 위해 독도문제는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얼마 전 일본 라디오에 출연한 외무성의 전(前) 조약국장의 발언이 솔직한 일본 정부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문제로 중국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유지하는 것처럼 한국이 독도 문제에 조용한 외교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놀랐다.”

다행히도 악화일로의 한일관계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일본의 맞대응에 대해 무시 전략으로 나아간 것은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왕사죄 발언은 일왕이 일본국민들에게 있어 가지는 존재감을 생각했을 때 다소 경솔한 것이었으며, 일본내 내셔널리즘을 자극할 수 있는 외교적인 실수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국인에게 있어 일본의 이미지는 전전(戰前)의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군국주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후(戰後) 일본의 모습은 평화를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 및 내셔널리즘을 배제한 교육을 통해 전전(戰前)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단지 극히 일부 극우세력의 발언 및 행동을 매스컴에서 확대 재생산한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극우세력 쪽에서 보면 대다수의 자국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애국심이 약하다고 한탄(!)할 정도로 전후 일본은 내셔널리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릴 정도로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및 원전사태를 겪으면서 현재 일본사회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리더십의 실종 속에 사회에 불만을 가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수우경화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보수우경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욱일승천기 응원으로 나타난 것이고, 일본 정부 또한 올 11월로 예상되는 총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독도 문제에 강경하게 나선 측면이 있다. 사실 욱일승천기에 대한 논란은 순전히 일본의 과거 역사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다. 또한 최근 한일갈등에 따른 반작용의 결과일 뿐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이 감정적으로 그리고 내셔널리즘에 기반해서 대응하는 것은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자세 및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앞서 얘기했듯이 한일간의 내셔널리즘이 상호 충돌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한일양국 정부 차원과는 별도로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사회와의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간 주요 현안에 대해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아닌 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보도 자세를 갖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월 일본 게이오대에서 신각수 주일한국대사는 “한국은 전후 일본을 이해하지 않고 전전 일본의 이미지에 갇혀 있다면, 일본은 전전의 한국을 이해하지 않고, 전후 한국의 이미지(특히 최근의 한류열풍)만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일갈등은 근본적으로 상호간의 불신 및 일본의 역사 몰이해가 원인이다. 우리 국민은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한 영토의식을 가지면서 일본의 일반국민과의 보다 깊은 상호이해를 통한 한일협력의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가까우면서 먼’ 어려운 관계지만, 서로 돕고 살아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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