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난 몇 년간 잊을 수 없는 사건 과 마주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사회적 약자 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공유하게 되었 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는 국가형벌권의 강 화로 이어져, 성범죄와 관련된 법정형의 강화를 비롯해 법정최고형 50년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형벌권의 강화는 우리의 성과인 가? 아니면 미성숙한 감정의 표출인가?

우선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 지난 2008년 ‘나영이 사건’은 아동대상 성범죄, 그리고 『도가 니』로 영화화 되었던 지난 2007년 ‘인화학교 사 건’은 장애인대상 성범죄에 대한 형벌강화의 계 기가 되었다. ‘나영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 징역 은 12년의 확정판결을 내렸고, 이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분노를 유발했다. 형량이 너무 적 다는게 원인이다. 아동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추 악한 행태를 범한 자를 고작 징역 12년에 처한 다는 것이 우리 법감정에 반하며, 이는 형량이 너무 적은 형법의 잘못이란 결론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형법은 유기징역형을 15년에 서 30년으로, 가중한계를 25년에서 50년으로, 두 배씩 가중했다. 사실 나영이 사건의 경우 법 원의 판단은 강간상해죄의 법정최고형인 무기 징역이었다. 다만 범죄자는 필요적 감경사유인 심신미약으로 판단됐고, 법원은 무기징역의 감 형인 7년 이상의 징역에서 가장 최고형인 15년 에 가까운 형을 선택한 것이다. 인화학교 사건 역시 장애인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취한 태도가 너무나 미온적었다는 점에 서 공분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역시 피해아 동이 고소를 취하함으로 인해 재판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과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형 법이 할 수 있는 가장 중한 형벌을 내렸음에도,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자들에 게 형이 너무 관대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결과 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형벌은 충분히 아 니 과하게 중하다. 만일 이처럼 형량을 높였음 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그 다 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범죄의 형량은 왜 높여야 할까? 또는 범죄의 형량을 결 정하는 근본인자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과 답 이다. 범죄의 형량은 행위에 대한 응보로써 결 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형벌권발동의 목적은 아니다. 형벌의 부과는 응 보와 동시에 범죄자의 재사회화와 예방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즉, 범죄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 원이며, 언젠가는 다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이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형량결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자를 다시 재사회화시켜서 사 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 이 얼마인가이다. 형량은 이와 같이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며, 기간 이 길어질수록 범죄자를 재사회화하는데 실패 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결과가 된다. 범죄에 대 한 형벌을 높이면 높일수록, 우리는 스스로 교 정의 실패와 우리 스스로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 주하겠다는 숨은 항간의 의미를 강조하게 될 뿐 이다. 사회방위를 강조해 그들을 형벌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로부터 영구격리시키고 사회 에서 추방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확신한다 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영구추방 하는 권리를 국가에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만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범죄인이 사회로 복귀할 시점을 결정하는 것보 다,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포섭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데 있다. 범죄자가 될 자가 사 회구성원 중에 미리 결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형벌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행해야 할 가 장 중요한 일은 응징이 아니라 사회로의 정상 적인 복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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