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연극제-미래야 솟아라’에 선정된 연극 「변기 속 세상」이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변기, 두루마리 휴지, 금으로 만든 핸드폰……. 독특한 소품들과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인상적인 연극 「변기 속 세상」,의 모든 것을 연출한 사람은 바로 「공무도하가」, 「불가불가」, 「미망인들」등 20여 편의 연극을 한 연극배우 겸 연출가 윤사비나씨다. 8년간 병명미상의 투병생활로 머리카락이 없어「천일의 약속」,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비구니 연기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도 한 그는 그의 유쾌한 연극과 매우 닮아 있었다.

 

1. 연극을 하게 된 동기는 .
난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절부터 연극을 하고 싶어 했다. 그 바탕에는 날 표현하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봐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중에서도 굳이 연극배우를 하게 된 데에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난 연극 외 예술 분야도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다양한 예술장르를 한곳에 녹일 수 있는 놀이거리라는 점도 내가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연극을 하면서 글을 쓸 수도, 안무를 짤 수도, 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연극의 아날로그적 속성과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속성에 매력을 느낀다.

 

2. 「천일의 약속」,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등의 TV작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보다시피 난 머리카락이 없다. 이 점에 희소성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실제로 천일의 약속과 하이킥에서 모두 비구니로 출연했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이런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구니의 역할을 모두 섭렵했는데 이제 암환자의 영역까지 넓혀나가고 싶다. (웃음) 그리고 좀 더 기회가 된다면 가발을 쓰고 다른 역할도 하고 싶다.

 

3. 투병생활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파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겼고 남들에 비해 많은 것이 늦어졌다. 그러나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자만하는 워커홀릭(workerholic)이 됐을 것 같다. 원래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미(美)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삶의 척도나 미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예전에 내가 배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연기가 하고 싶어서였는지 예쁜 척 하면서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었는지에 대해 내게 반문해보기도 한다. 또한 예전에는 표정이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는데 오히려 삶의 척도나 미의 기준이 바뀌고 나니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4. 마지막으로, 연극을 좋아하거나 직접 연극을 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연극을 한다’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직업으로서 연극을 하는 것, 관극을 하는 것, 아마추어 연극을 하는 것 모두 ‘연극을 한다’에 포함된다. 그러나 서로 목적은 다르다. 프로 연극인들은 좋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관극을 하는 것은 즐겁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아마추어 연극인들에게는 연극을 하는 목표와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극을 할’ 때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연극의 목적에 대해서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또한 연극을 드라마나 영화배우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배우지망생들이 있는데 연극을 단순한 발판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지은 기자  hotgirl@
사진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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