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을 이끌어온 서울 연극제 성황리에 막 내려

백양로에서 ‘아카라카!’를 외치며 축제의 주인공으로 꿀 같은 시간을 보낸 당신. 그러나 연세인들의 열기로 백양로가 달아오르기 전부터 여기 대학로에는 또 하나의 신명나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꺼지지 않는 축제, ‘2012서울연극제’(연극제)가 지난 13일 무대의 막을 내렸다.


197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3번째 생일을 맞은 연극제는 매년 시민들에게 우수한 공연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연극인들의 창작활동을 독려해왔다. 올해는 서울연극협회(협회) 주최로 4월 16일부터 5월 13일까지 약 한 달여 동안 대학로 일대의 5개 공연장을 위주로 41편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연극제를 통해 올 봄 뜨거운 기운과 상생의 호흡으로 희망을 전달하길 바란다’는 협회 박광렬 회장의 인사말처럼 이번 연극제는 ‘소통과 희망’을 주제로 열렸다. 작품들은 △공식참가작 △미래야 솟아라 △기획·초청작 등 크게 5개 부문으로 분류돼 저마다의 매력을 뽐냈다.


이 중 공식참가작으로는『더백』,『콜라소녀』,『인형의 가(歌)』등 아홉 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협회의 김대웅 기획홍보팀장은 “애초에 공식참가작에 응모한 작품은 31개 정도 되나 그중에서 보다 진지한 주제의식과 새로운 연극성을 가진 공연들을 중심으로 9개의 작품을 엄선했다”며 “선정작들은 주제, 소재, 구조 및 양식 등에서 각각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느낌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이중 조선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의 인생을 소재로 다룬『인형의 가(歌)』는 뛰어난 연기와 극 전개의 완성도 외에도 음악과 무용의 예술적인 결합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미래야 솟아라’ 부문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만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성황리에 공연됐다.『그레이스』,『변기 속 세상』,『서울메디아』등 총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공식참가작과 미래야 솟아라 부문의 수상작들은 연극제의 마지막날 관객평가단의 심사를 통해 각각 작품상, 연기상, 연출상, 신인상 등을 수여받는다.


기획·초청작 부문의 경우 해외 우수작품이나 이전 수상작들을 위주로 네 개의 작품을 공연했다. 이중『빈:터』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 오타 쇼고가 지난 1992년에 일본에서 초연한 이후 미국, 폴란드에서도 재차 공연한 작품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연출된 이 작품은 이번 연극제를 맞아 국내 관객들과 호흡한다. 또한『바리, 서천 꽃그늘 아래』는 제29회 전국 연극제 대상작으로 연극제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한편 이번 연극제에서는 연극 외에도 시민들과의 다양한 문화생활 공유와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갖가지 부대행사가 열려 축제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대표적인 행사로 ‘배우 100인의 독백 모노스토리’가 있다. 이 행사에서는  여러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맡은 연극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명대사를 관객과 공유한다. 김 팀장은 “연극 외에 또 다른 공연행사가 되길 바라며 기획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서울 시민들과의 문화 향유를 위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시민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제공하고 일부 금액을 기부하는 ‘꿈나눔 도서바자회’와 공연 티켓의 일정부분이 연극의 발전을 위해 적립되는 ‘3% 기부행사’ 등이 동시 진행됐다.   


평소 연극을 즐겨 본다는 이진아(23)씨는 “연극매니아로서 다채롭고 수준 높은 연극들을 볼 수 있어 한 달 동안 시간가는 줄 몰랐다”며 “연극제를 통해 매니아층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연극을 자주 찾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처럼 한 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배우들과 제작진의 땀과 열정, 연극에 대한 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즐거움이 있다면 연극제가 한국 연극계의 대들보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주말, 아직 가시지 않은 축제의 기운을 느껴보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아 보는 것은 어떨까.

 

임미지 기자 haksuri_mj@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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