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이지 못한 협약’이라는 이유로 캐나다가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명분일 뿐, 탈퇴의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캐나다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했지만, 이에 실패하면서 140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엄청난 재정압박을 느끼게 됐고, 결국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001년 탈퇴했던 미국에 이어 캐나다까지 탈퇴하면서, 기후 변화를 막고자 등장한 교토의정서는 유명무실한 반쪽짜리 협약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원전문제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 그 악몽의 시작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그의 저서 『6도의 악몽』에서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양서류가 멸종하고, 2~3도가 상승하면 지구생물의 20~30%가 멸종하고, 4도가 상승하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6m 상승해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5도가 상승하면 섬뿐만 아니라 대륙 깊숙한 곳도 침수되고, 6도가 상승하면 인류는 물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표(경영학부·11)씨는 “기후변화가 지구에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큰 위기감은 들지 않는다”며 그리 우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지구의 평균온도는 100년 전에 비해 0.74℃나 상승했다. 이로 인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국토 상당부분이 이미 수몰됐고, 50년 내에 투발루의 전 국토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류에게 엄청난 위험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는 지구의 온도가 향후 100년 동안 최대 5.8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기온 상승이 계속될 경우, 세계 인구의 약 40%에 달하는 해안가 거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 부진을 이유로 과거보다도 오히려 더 소극적인 자세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구보다 돈이 더 중요해?

원전 문제 역시 기후 변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논리 때문에 외면 받고 있는 지구의 잠재적 위험요소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얼스터대 크리스 버스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향후에도 1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근거가 있다. 얼마 전 체르노빌에서 가까운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유명 축구선수 페트로프가 갑작스런 백혈병에 걸렸는데, 의사들은 발병원인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유출된 방사능으로 보고 있다. 페트로프뿐만 아니라 당시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암, 백혈병 등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원전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은 원전의존도를 낮추는 데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원전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는 엄청난 초기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끝없는 탐욕, 이제는 멈춰야할 때

환경파괴로 인해 빙하가 녹자, 강대국들이 전 세계 천연자원의 25%가 매장돼 있는 북극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북극에서 핵잠수함과 폭격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노르웨이는 북극권 안에 아예 군사령부를 설치했다. 인간은 그동안 자연을 욕망충족의 수단으로만 활용해 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그러나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박일훈 기자  ilhoonlove57@yonsei.ac.kr
자료사진 에릭 르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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