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2년 국내 다미선교회의 휴거 사건은 당시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새천년을 앞두었을 때도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었다. 멸망 가설들은 그 나름의 과학적 근거들이 더 다양하고 정교해져 세대가 흐를수록 지구멸망론의 위세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멸망의 날은 오는 12월 21일이다. 이와 관련된 자료들은 우선 수와 역법에 능통했던 고대 마야인들이 태양의 공전주기와 일식, 월식을 계산해 만든 마야력*. 이 달력은 현대 과학자들도 놀랄 만큼 굉장히 정교하다. 그러나 12월 21일 이후에는 달력의 날짜가 없다. 이러한 마야 달력을 근거로 한 지구종말론자들은 이날이 곧 종말의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멸망의 날을 뒷받침하는 것이 다른 근거도 있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테렌스 메케나가 동양의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이 분석 결과를 그래프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과 64괘의 변화율을 표현했다. 그러나 12월 21일 이후의 결과는 얻어낼 수 없었다. 또 지난 1982년 발견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서에도 2012년 12월 21일, 지구의 종말을 의미하는 듯한 그림이 발견됐다.

영국의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2012년 지구멸망의 10가지 이유」라는 주제로 △외계인 침략 △슈퍼볼케이노의 분화 △세계 3차대전 △전세계적인 대규모 테러 △석유의 고갈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태양 흑점 폭발설 △자기장 역전설 △행성 충돌설 △꿀벌의 멸종 등의 10가지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그 중 유력한 가설은 태양 흑점 폭발설, 자기장 역전설, 행성 충돌설, 꿀벌의 멸종이다.
태양 흑점 폭발설은 태양 흑점 폭발로 방출된 중성미자가 지구의 외핵을 달궈 지구를 폭발시킨다는 가설이다. 흑점은 약 11년 주기로 많아지고 적어짐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흑점이 폭발하는데, 이 폭발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1859년에 발생한 대폭발인 ‘캐링턴 이벤트’로 미국은 22만5천km의 전신망이 마비됐으며, 세계 곳곳의 무선전신국이 정전된 바 있다. 그러나 태양흑점폭발가설에 대해 NASA는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km이기 때문에 흑점 폭발로는 지구를 태워버릴 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없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자기장 역전설은 지구 자기장이 감소해 북극과 남극이 뒤바뀌어 지구가 멸망한다는 가설이다. 지구 자기장은 외부의 미립자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지구 자기장 역전 시기에 그 세기가 감소한다. 그러나 평균 25만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자기장 역전은 자연현상이다. 최근 발생한 자기장 역전이 78만년 전임을 감안하면 이 가설도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

행성충돌설은 다른 행성 충돌로 재난이 발생한다는 예측이다. 만약 행성과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름이 500km인 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고 가정한 모의실험 결과 두께 10km의 지각이 통째로 걷어 올려지고, 지각해일이 일어난다. 폭발한 지각의 파편은 대기권을 넘어갔다가 다시 지구로 낙하하며, 이후 암석 증기들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하는데, 4천℃의 열이 300m/s로 쓸고 지나간다. 바닷물이 끓기 시작하며 충돌 하루 만에 지구는 작열하는 암석증기에 갇힌다고 한다. 그러나 100년 이내에는 지구는 가까운 천체와의 충돌위험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NASA에서도 2012년 천체와 충돌할 일은 없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가설보다도 더 신빙성 있는 것이 바로 ‘꿀벌의 멸종’이다. 지난 2006년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까지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80%이상이 꿀벌의 도움으로 생산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식물이 번식할 수 없고 열매 맺을 수 없어 식량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꽤 근거 있는 예측 중 하나다.

정말로 지구가 멸망할까? 12월 21일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종말을 피하고자 하는 노력이 어떤 것일지, 그리고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마야력에서는 인류는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시작으로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한다.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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