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본 미래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Another Earth』는 한 순간의 실수로 엉켜버린 인생을 살아가던 주인공 앞에 또 다른 ‘나’가 사는 ‘제2의 지구’가 출현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SF영화다. 만약 실제로 ‘제2의 지구’가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션 i’mpossible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가 사는 행성은 우리 지구 하나뿐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제2의 지구’ 찾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09년 3월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델타-2 로켓에 실어 쏘아올린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인 ‘케플러-22b’를 발견한 것이다.
이른바 ‘케플러 미션’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케플러 미션을 위해 6억 달러를 들여 쏘아올린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름 2.7m, 길이 4.7m의 원통 형태를 띠며, 10만여 개의 별을 대상으로 ‘그 앞을 지나가는 행성 때문에 생기는 밝기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성의 존재를 관찰한다. 이렇게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우리 은하에 속하는 수 천 개의 별 주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이 있는지 살핀다.
이전까지 발견된 행성들은 대부분 가스층으로만 이루어진 목성형 행성으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9천 500만 화소의 빛 감지기 21개를 통해 30분마다 별의 밝기 변화를 추적하고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 주력한다. 정리하면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지구처럼 중심별과의 거리가 적당해 온도가 알맞은 ‘골디락스 지대’에서 중심별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 외계 행성만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찰 대상인 것이다. 
행성은 태양 같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별빛을 받지 못하면 어둠 속에 묻혀 찾아낼 방도가 없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별들에 대한 빛의 양을 측정하는 ‘측광관측’을 통해 행성 후보들을 발견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순간적인 그림자를 직접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별빛이 아주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변화를 포착한다. 그리고 이들 행성후보들은 별의 속도를 측정하는 ‘분광관측’을 통해 진짜 행성인지, 크기와 질량, 공전 주기를 분석한다.

 ‘제2의 지구’ 발견

지난 2011년 12월 5일 NASA가 6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 ‘케플러-22b’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NASA는 ‘케플러-22b’가 지금까지 ‘골디락스 지대’에서 발견된 첫 ‘수퍼지구’형 행성이며, 지구 지름의 2.4배에 달하고 온도는 약 22도라고 밝혔다. ‘수퍼지구’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지만, 지구질량의 2~10배 정도에 이르는 천체로 관측이 비교적 쉬우면서도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말한다. 이때 질량이 10배 이상으로 더 커지면 가스 덩어리로 구성돼 있을 확률이 커서 생명이 살기 어렵다.
NASA 케플러 연구팀은 공전주기가 290일로 지구와 비슷한 이 행성이 중심별을 지나가는 것을 세 차례 관찰해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물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온도 또한 22℃로 지구 환경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 소속 과학자인 더글러스 허진스 씨는 “이번 발견은 지구의 쌍둥이를 찾아가는 길의 주요한 이정표나 다름없다”며 이번 발견의 의의를 밝혔다.

우리 지구는
수많은 모래알 중 하나였다

케플러 우주망원경 발사에 대해 과학자들은 ‘우주를 보는 지금까지의 시선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계기’라고 평했다. 실제로 2월 27일 NASA가 밝힌 외계행성후보들은 지구크기 246개, 수퍼지구크기 676개, 해왕성크기 1,118개, 목성크기 210개, 그보다 큰 것들 71개이다. 이들은 미리 선정해놓은 10만 개 별 가운데서 지구처럼 중심별로부터 거리가 적당하여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온도의 행성을 찾은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천문학자 앤드류 하워드와 제프리 마시 연구팀은 지구형 행성이 얼마나 있을지 짐작해 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구로부터 80광년 거리 이내에 있는 우리 태양과 비슷한 별 166개를 선정해, 5년 동안 이 별들이 내는 빛을 조사했다. 별빛들은 주변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별빛들을 조사하면, 별 주변에 얼마나 큰 행성이 몇 개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연구팀은 지구보다 질량이 최소 3배부터 최대 1천배나 되는 행성들을 감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지구 질량의 1.5~2배쯤 되는 지구형 행성이 어느 정도나 있을지 추정했고 별들의 23%가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번 데이터는 2천억 개쯤 되는 별이 있는 우리 은하에 지구 크기만 한 행성이 최소한 460억 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우리 친구 ‘ET’를 찾아서

‘생명체서식가능지역’은 물이 끓거나 완전히 얼어 있지 않는 위치에 놓인 것을 말한다. 또한 항성에서 너무 멀거나 가깝지 않은 영역을 말하며, 이 구간은 항성의 온도와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나사는 당초 ‘생명체서식가능한 지구형 행성’을 54개로 추정했으나 현재 48개로 줄어든 상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형목 교수는 “아직 우리는 행성에 대해 완전한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 기술로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의 질량이 주로 큰 것은 관측 기술의 한계 때문”이라며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새로운 기기는 점차 작은 질량의 행성을 점점 많이 발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충분한 숫자의 지구형 행성이 발견된 후, 외계 생명에 대해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이사’가 가능한 날이 올까?

유사지구를 발견한다는 것과 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에도 수 만년이 걸린다. 외계행성이 발견되는 별들은 지구로부터 훨씬 더 떨어져있다. 그러나 발견 자체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변용익 교수(이과대·관측천문학, Survey)는 “우리가 막연히 믿었던 지구, 생명, 그리고 인간지성의 유일성이 이미 부분적으로 무너진 것”이라며 “우주에 수많은 지구들과 생명들, 그리고 지성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해도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10광년 정도 떨어진 별까지 여행하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빛의 속도로 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언제쯤 현실화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 교수는 “수백, 수천 광년 떨어진 행성까지의 여행은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외계 행성에 대한 관심은 인류가 보다 발달된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더 개발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이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발달해 영화가 현실이 되는 낙관적인 관점과 동시에 인류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는 비관적인 시선이 공존하는 이 시점에 살고 있는 당신,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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