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도강탈 책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오래전에 이미 세계 각국의 지도와 해도, 인터넷에서 독도를 없애고, 일본 땅 다케시마로 만들었다.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자위대의 방어구역에 포함시켜 언제든지 무력으로 독도를 점령할 수 있는 군사적 근거를 만들어 두었고, 일본 정부 지도를 비롯해 각종 민간 지도, 초중고교 교과서에도 독도를 일본 땅 다케시마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교청서에 한국 땅 독도를 일본 땅 다케시마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으려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독도분쟁은 우리가 아무리 주관적으로 부정해도 엄존하는 분명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의 영유권 귀결은 국제법상 <국제사회의 일반적 승인>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국제사회가 독도를 누구의 땅으로 알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있다. 일본이 수십 년간 국제사회의 인식을 일본 쪽으로 조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가장 긴급한 과제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한국의 잣대에 맞도록 바꾸는 작업이다.

국제사회의 인식을 바꾸자면 먼저 외교부에서 적극 발 벗고 나서 주재국의 해당 기관을 설득하여 표기를 바꾸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긴급한 과제는 각국 대사관에 전담 부서나 직원을 두는 일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와 전문가를 설득할 설득력 있는 교재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는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은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국민이 나서 민간사절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독도가 한국인에게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야 한다. 일본인에게 독도는 단순한 하나의 섬이지만 한국인에게 독도는 심장이다. 외국인에게 신라장군 이사부, 세종실록지리지를 이야기해 봐야 지루하기만 하다. 독도는 우리에게 심장이라는 사실, 독도가 없어지면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영토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면 외국인들이 더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동해표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정부는 1992년 이래로 동해 East Sea를 일본해와 병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그다지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중심의 방위 개념인 ‘동해’에 대해 외국인들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중국해를 동해로 표기하고 있으며, 독일의 발트해, 이집트의 홍해, 베트남의 남중국해 등도 자국 지도에서는 모두 동해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해를 동해로 바꾸어야 한다는 한국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이다. 

 17세기~18세기 서양의 옛 지도에서 동해를 찾아보면 대부분 Sea of Corea나 Korean Sea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을 19세기 중반 이후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을 하면서 지도에서 조선의 바다 Korean Sea를 없애고 일본 바다 Japan Sea를 만들었다. 외국인들에게 이러한 점을 잘 설명하고 Japan Sea를 원래 명칭인 Korean Sea로 바꿔야 한다고 설득한다면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결의를 통해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것과 같은 방법으로 독도 동해표기 문제 해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어떠한 전략적 고려도 없이 우리 중심적인 동해 East Sea와 일본해 Japan Sea 병기를 주장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독도냐 다케시마냐, East Sea(동해)냐 Japan Sea(일본해)냐 하는 문제로 서로 맞서 있다. 이것은 영해와 영토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금처럼 그냥 주장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영토와 바다를 지켜낼 수는 없다. 이것이 세계인의 눈높이에서 독도 동해문제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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