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학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저학년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당황하고 고학년은 ‘취업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원하는 직업을 가질 자신이 없어 남몰래 한숨 짓는 것이다. 지난 9월 24일 하아무개군(문과영문·4)이 취업 시험 낙방을 이유로 자살한 사건은 ‘명문사립대학교’라 불리는 우리대학교조차 취업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지난 98년 8월과 올해 2월 졸업자의 진학 및 군입대를 제외한 순수취업율은 42.1퍼센트에 불과했으며 미취업율 또한 27.6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서울대의 순수취업율 51.6퍼센트, 성균관대의 59.86퍼센트, 고려대의 50퍼센트보다 훨씬 밑도는 것으로 지난 98년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대학교 취업 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위가 아니다.
올해의 경우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적체된 졸업생을 포함한 취업 희망자들의 수에 비하면 그 문은 터무니 없이 좁아 체감지수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대학교로 오는 대기업 추천서도 지난 98년보다는 증가했으나 IMF 이전 수준의 70퍼센트 정도에 머물고 있어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취업난은 문과대·이과대 등 특히 기초학문을 하는 단과대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상경대가 63.5퍼센트, 교과대가 43.4퍼센트를 보이는 반면 문과대는 38.5퍼센트, 이과대는 21.1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자살한 하군이 문과대 중 취업율이 그나마 높은 편인 영문과였음을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취업정보실 김농주 주임은 “기업이 과거에는 인사부, 관리부, 기획부 등 다양한 직종들을 뽑았으나 현재는 영업직과 엔지니어링 등으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상황에 기인하지만 각 학교에서는 미봉책이나마 취업정보실을 설치, 학생들을 돕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대학교 취업정보실의 경우 현재 외국계 기업 고용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국인과 내국인 회사로 구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낮 2시부터 1시간 동안 취업 특강 및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동국대에서 총장이 직접 나서 졸업 예정자들의 이력을 담은 전자이력서를 제작, 1천여개 기업에 발송하는 것 등에 비하면 소극적이지만 나름대로 현재 고용 추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원주캠퍼스의 경우 별도의 취업정보실 없이 학생처에서 게시판에 취업 정보를 게시하는 수준에 그쳐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의 취업난에 대해 김주임은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인력 양성 시스템과 커리큘럼의 확립, 사이버 공간을 바탕으로 생겨나는 새로운 직종에 대한 대비책 수립 등이 이루어질 때만 비로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결국 우리대학교 취업정보실의 역할도 이런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입사원서 하나하나를 쓸 때마다 차가운 현실과 나약한 자신을 원망하고 발표 때면 소주 한잔을 걸친 후 다음날 쓰린 속을 움켜쥐고 다시 중앙도서관으로 향해야 하는 현실. 대학생 실업 문제는 더이상 개개인이 중앙도서관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학교의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시 될 때 비로소 그 해결의 실마리를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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