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멀지 않은 우주

1994년의 국립중앙과학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분야는 ‘천문우주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특히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은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가?’, ‘우주는 무엇에 의해 탄생하는가?’, ‘우주의 크기는 얼마인가?’, ‘빅뱅이란 무엇인가?’ 등의 궁금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질문들은 너무나도 궁극적인 질문들이어서 누구나 한번쯤 던져보는 질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해서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 천문우주학이다. 위의 질문에 대해서 현대 천문우주학이 어떻게 대답하고 있는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우리 몸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런 문제를 천문우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우주는 흔히 대폭발의 순간이라고 부르는 시작점으로부터 시작된다. 평균 에너지는 ‘0’이지만 원시우주가 계속해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에너지 벽 속에 갇혀 있다가, 그 에너지 벽을 뚫고 나오는 순간 우주가 탄생한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우주는 팽창과 진화를 거듭해서 현재의 우주가 됐다. 흔히 ‘대폭발우주론’이라고 불리는 이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원소는 수소와 헬륨 뿐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산소, 질소, 탄소 같은 중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별의 탄생과 죽음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우주에서 제일 먼저 탄생한 제1세대 별들은 아마 수소와 헬륨만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런 별들은 내부의 수소를 태우면서 점차로 다른 중원소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별은 빛을 내게 된다. 별이 하나의 커다란 핵융합 발전소인 셈이다. 별이 진화해 가면서 탄소, 질소, 산소 같은 중원소들이 생겨났다. 별이 더 이상 태울 자원이 고갈되면 별의 일생도 마감된다. 질량이 아주 무겁게 태어난 별들은 수소를 빨리 태워버리고 1억년 정도의 짧은(?) 일생을 살고 간다. 반면에 태양보다 질량이 가벼운 별들은 거의 우주의 나이와 비슷한 세월 동안 서서히 수소를 태우면서 긴 일생을 즐긴다. 질량이 큰 별들은 장렬한 폭발로 일생을 마친다. 아주 질량이 무거운 별들은 폭발 후에 검은 구멍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별들이 일생 동안 만들어 놓은 중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돌려 보낸다. 철같은 무거운 원소가 이때 생겨난다. 질량이 작은 별들은 중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흩날려 보내고 백색왜성이 된다. 별들이 일생을 마치면서 생겨난 중원소로 인해 우주 공간에는 수소와 헬륨 뿐 아니라 중원소가 존재하는 영역이 생겨났다. 별들이 제2, 3세대를 거치면서 중원소는 더욱 더 풍부해졌다. 태양은 아마 이렇게 풍부한 중원소를 토대로 생겨난 별일 것이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같은 행성에도 중원소가 풍부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풍부한 중원소를 함유하고 있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했고, 그 생명체의 하나인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인 원소가 탄소, 질소, 산소인 것이다. 인간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몇 세대에 걸친 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잔여물의 우주로의 회귀를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 천문우주학적 관점에서의 인간 몸의 근원을 뜨거운 별의 내부에서 찾곤 한다. 우리 몸의, 인간의 고향은 뜨거운 별의 내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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