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오는 춘향의 향기

설성경 교수(인문학부·국문학)의 연구실엔 태극기가 걸려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 ‘춘향전’을 연구한다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다.
설교수는 30여년을 춘향전 연구에만 몸 바쳐왔다. “재학시절 우리대학교에는 김동욱 교수님과 이가원 교수님이 계셨죠. 두분의 학설은 정반대였지만 최고 권위의 춘향전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춘향전에 끌리게 됐고 학부 및 대학원 시절 모든 논문도 춘향전에 관한 것일 수 밖에 없었다고.
그러나 그는 결코 스승의 가르침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춘향전을 담는 매체가 판소리·소설에서 잡가·현대시·연극·영화·만화 등으로 다양화하는 데에는 설교수의 공이 컸다고. “춘향의 나이는 열 여섯에 불과하지만, 춘향전은 3백년된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5백년, 천년 가꾸고 성장시켜 세계의 예술나무로 성장시키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설교수는 최근 ‘춘향전 CD롬’ 제작에도 참여했다. 우리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이 CD롬은 설교수가 기획하고, 디자인에 이현수 교수(생활과학부·건축학), 외국어 번역에 문유찬 교수(인문학부·불어학사)의 도움을 받아 임정택 교수(인문학부·독문학)의 총책임 아래 제작됐다.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고전문화를 멀티미디어로 바꾼 최초의 작품인 이 CD롬은 동화상 배경과 함께 판소리로 진행되며, 영·불·독·일·중 5개국어로도 춘향전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돼있어 교육매체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춘향전을 알리는 문화상품의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교수는 이를 ‘고전응용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고전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춘향전의 주제인 ‘수절’에 주목하기보다는 춘향과 이도령의 ‘만남’에 주목하여 남북통일, 영·호남의 만남, 세대간 화해 등의 의미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전을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를 보면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고전 연구라고 해서 연구실에 가만히 앉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접 발로 뛰어 대중화시켜야지요.” 바로 전날 춘향전 연구 발표를 위해 일본에 갔다오고도 돌아와서 곧바로 전시회를 다니는 모습이 설교수의 일상이다. 내일도 학술발표에 가야한다며 총총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에서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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