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하는 학생들 여전히 많아…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도 독서촉진책 마련

‘도서(圖書)·회화(繪畵) 및 기타 자료를 수집·정리·보관해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창조적으로 활용하게 봉사하는 기관’


도서관이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 새 도서관이 ‘독서실’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다. 웹진『연두』에서도 지난 2007년 기사 ‘중앙도서관(X)→중앙독서실(O)’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우리대학교 도서관 이용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열기는 가득한 이곳. 본질은 어디로

기자는 지난 2월 22일 낮 3시 10분부터 3시 59분까지 중앙도서관(구중도) 1층 24시 열람실부터 6층 1열람실까지 열람실과 자료실을 조사했으며, 낮 3시 59분부터 4시 29분까지 학술정보관(신중도) 2층 이민주 멀티미디어센터부터 5층 법학도서관까지 열람실과 자료실을 돌며 조사했다.


낮 3시 10분. 구중도 1층 24시 열람실에는 총 374개의 좌석 중에서 51개의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들은 공부하는 이용자들로 가득 찼다. 5층 대학원 열람실은 총 386개의 좌석 중 111개의 좌석을 공부하는 이용자들이 자리 잡았으며, 6층 1열람실 역시 총 496개 좌석 중 197개의 좌석을 차지한 이용자들이 각종고시나 자격증 시험, 혹은 어학능력시험과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하는 이용자들이 일반열람실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층 인문과학열람실 36명, 3층 사회과학기술자료실 3명, 4층 인문사회참고자료실의 16명은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장소가 자료열람실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용자들과 유사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낮 3시 59분. 신중도 2층 이민주 멀티미디어 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은 DVD나 위성방송 시청과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 이용자를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전체 41명의 이용자 중 26명이 인터넷 강의(인강)를 수강했다. 3층 한만윤 대열람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725명의 이용자 중 단 16명의 이용자만 독서 및 시간 보내기용으로 열람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4층 과학기술참고자료실에는 24명의 이용자가 공부하고 있었다. 4층에 있는 세미나실 이용자 역시 세미나실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단체로 인강을 수강했다. 5층 법학도서관에는 56명의 이용자가 공부하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세미나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단체로 인강을 수강했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이아무개(철학·09)씨는 “마땅히 공부할 만한 장소가 없는 상태에서 도서관은 공부하기 좋은 장소”라며 “무료에다 면학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말했다.


물론 도서관의 용도가 고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월 22일 우리대학교 도서관에서 진정한 도서관이용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 경영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일반열람실 이용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자료 열람 서비스 제공이 도서관 설립 목적이지만 학생들의 활용 방식은 이와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의 독서실화, 타 대학도 상황은 비슷

도서관이 본래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은 비단 우리대학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양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한양대 도서관인 백남 학술정보관과 법학 학술정보관 모두 책을 읽기 위해 방문하는 학생들보다 단순히 공부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이용자들이 더 많았다. 한양대 안진모(정책·11)씨는 “시험기간에는 자료실 스터디룸조차 이미 예약완료 될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많은 책의 형태는 종이에서 벗어나 전자저널로 열람 가능하거나, 데이터베이스화 돼가고 있다. 때문에 학술정보원 경영관리팀에서는 단순히 대여 단행본수가 적다고 학생들이 도서관에 방문하는 주된 목적을 공부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양서적 혹은 전공서적만을 대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7년 전에 비해서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술정보원 경영관리팀 관계자는 “중앙도서관이 다시 문을 연 만큼 지금까지는 감소하던 추세의 장서 대여 패턴이 회복될 것 같다”며 “학생들을 독려하기 위해 독서 촉진책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을 공부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독서를 위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다시 늘어난다면 본연의 도서관의 의미를 찾고, 도서관은 진정한 지식의 보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사진 김지영 기자 kim_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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