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1998년 여름, 당시 집권 기민당과 자유당은 ‘독일 대학 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면서 그들의 마지막 입법권을 행사했다. 이 법안을 통해 광범위한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가 설치됐고 경제적 자율권과 의사결정권이 개별 대학으로 대폭 이양되고 있다. 이로써 대학개혁을 국가적 차원과 개별 대학 차원에서 구별하여 진행케하는 틀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전 대학이 국·공립대학으로 구성돼 있는 독일대학의 특성상 국가적 차원의 저항과 논란을 일으키면서 개혁의 발걸음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1999년 여름, 현 집권당(적/녹 연정)은 ‘교수의 지위’ 변화라는 대학개혁의 촉매제를 준비하고 있다. 평생고용 공무원으로서 안정된 지위를 만끽했던 교수들은 이제 각 대학에 의해 해고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각종 신문들은 여러 통계치를 들이대면서 독일 교수들이 얼마나 게으른 인간들인지를 지적하고 있다. 한 신문에 따르면 독일 교수들의 약 9퍼센트는 연구도 하지 않고 매년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반복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의 낭비를 질책하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연구업적에만 치중한 나머지 강의와 학생 상담이라는 일에 충실하지 못한 교수들을 강제하기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설치된 한 특별위원회는 독일 전체 학술지원비 배분을 담당하는 ‘연구비 배정 심의위원회’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학문 및 연구풍토의 보수 및 정체화를 진단하면서 심의위원의 평균연령(50세) 및 여성비율(5퍼센트)을 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보통 나이 많은 교수의 경우 제자들이 많게 마련이고 당연히 자신과 유사한 방향의 연구에 재정을 배정하게 되므로, 따라서 위원회에 제출되는 젊은 학자들의 각종 혁신적인 연구계획서가 대부분 거절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영국의 예를 들어 위원들의 평균연령을 45세로 낮출 것과 여성비율을 15퍼센트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6·8 운동의 산물인 현행 대학제도도 이제 30년이라는 세월동안 변화되지 않았다. 현재 교육개혁은 독일 모든 사회 세력의 주된 요구가 됐고 각종 진단과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대학제도는 사회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의 질을 약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거친 요구들 속에서 독일 대학은 개혁을 위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바야흐로 독일 대학도 ‘효율성’과 ‘실용성’이라는 세기말 화두에 답하려 하고 있다.
2차 대전 후 계속해서 성장해 온 대학의 기득권층은 10년이 넘게 대학을 졸업하지 않는 학생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학문의 자율성’이라는 방패로 살아가는 교수들인지도 모른다.
위에 언급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득권층의 저항에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모든 대학개혁안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동일한 비판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것도 변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그리고 사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이들이 언제나 늘어놓는 구실에 불과하다.”
1997년 겨울, 등록금 도입과 관련해 학생들의 강력한 저항을 경험한 바 있는 독일 대학은 1999년 겨울, 이제 교수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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