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스키장에서 신나게 놀다온 세순이. 이틀동안 학점도 영어공부도 모두 잊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온 다음날, 어찌된 일인지 계속 기침이 나오고 어느새 주위에는 코를 푼 휴지가 가득하다. “가벼운 감기입니다” 결국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세순이는 결국 3일치 감기약을 받아왔다. 언뜻 보아도 한 봉지에 4~5개씩 들어있는 알약들을 보며 세순이는 이 약들이 감기가 낫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년 찾아오는 불친절한 손님

이처럼 감기는 건강한 성인이 평균적으로 매년 두 세번 정도 감염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형중 교수(의과대·내과학)는 “감기는 의학적으로 ‘상기도 감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상기도 감염은 코, 인후 등에 주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며 이는 콧물, 인후통, 근육통 및 발열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초가을과 늦봄의 환절기에는 ‘리노바이러스’, 추운 한겨울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의 주원인이다. 하지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이 외에도 종류만 200개 이상이며, 그러한 바이러스 중에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설사 원인을 알고 그에 알맞은 약물을 투입해도 곧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한국인의 감기약 1회 평균 복용량: 4.75개

이처럼 감기는 백신이 없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감기약은 감기를 ‘치료’한다고 할 수 없다. 이화여대 약학과 김대기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감기약이라 처방받는 것들에는 열을 내리는 역할의 해열제, 콧물증세를 개선시켜주는 항히스타민제와 진해거담제, 2차적 세균감염을 막는 항생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우리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의미하는 만큼,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후두염, 중이염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감염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가장 흔한 약물이 바로 항생제다.
그러나 OECD가 2010년 실시한 종합의료 통계자료인 ‘OECD Health Data 2010’의 ‘국민의료비 중 의약품 지출 비율’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 디디디(Difined Daily Dose: 일일사용량)’에 달했다. 이는 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 분량의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을 말하며 OECD 34개 국가 중 벨기에와 함께 1위에 해당하는 통계 자료다. 김대기 교수는 “일부 의사와 약사들이 항생제 등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감기약, 꼭 먹어야 하니?

한편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승규 교수는 “언제나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면 감기에 걸릴 때마다 일주일 이상 가고, 누런 코가 나오면서 3~4주씩 가는 환자의 경우에 항생제를 미리 처방한다”며 “이 경우엔 코 점막이 약해져 있어 평소보다 세균이 더 쉽게 증식해 병을 오래 가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약을 처방하는 일은 의사의 오랜 경험에 달려있는 셈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몸은 기침을 하고 콧물을 내보내 이물질을 밖으로 배출하려는 자정(自淨)과정을 거친다. 감기약은 이 자연적 치유과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투여는 몸에 부담을 주고 부작용의 가능성 또한 높인다. 일정기간 동안 몸에 무리를 하지않고 휴식을 취하면 감기는 자연히 치유되므로 이 경우 굳이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자연치유과정이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어 인위적으로 감기약을 투여해 기침과 콧물을 막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똑똑하게 복용하세요

김형중 교수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처방은, 증상이 심해 환자가 괴로워할 경우 증상 호전을 위한 것”이라며 “감기 증상이 오래가면서 보다 심한 증상이 나타나면 2차적 질환인 기관지염 및 폐렴 등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환 등 개인적 상황에 따라 결정될 부분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환자는 아파도 무조건 참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복용 습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의사나 약사 역시 불필요한 항생제나 중복효능의 약을 처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임미지 기자  hacksuri_mj@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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