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발전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를 기억하는가?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는 원자력발전소를 덮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전폭발, 방사능 유출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없어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 있으니 역설적으로 ‘핵융합발전’이다. 원자력발전이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했다면 핵융합발전은 말 그대로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럼 친환경적이면서 안전하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발전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질량차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에너지

핵융합’이라는 단어가 낯설 수 있지만 핵융합반응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엄청난 빛과 열을 내뿜는 태양이 핵융합반응의 대표적인 예기 때문이다. 태양이 끊임없이 엄청난 양의 빛과 열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이유는 이 핵융합 덕분이다.

 

태양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해 헬륨 원자핵이 되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반응에서 1개의 헬륨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4개의 수소가 사용된다. 이때 수소 원자핵(1H) 4개의 질량이 헬륨 원자핵(4He)의 1개의 질량보다 더 무거워 반응 후 질량차이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반응 후 질량감소가 일어나는데 이 질량은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로 변환된다. 만약 수소 1kg이 헬륨으로 전환되면 6x1014J의 에너지가 나온다. 1J의 에너지가 1W의 전력을 1초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양이라 할 수 있다.

 

핵융합발전의 필수 요소 ‘핵융합로’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처럼 핵융합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해내는 것이 핵융합발전의 핵심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소 원자핵은 양전하를 띤 양성자이기 때문에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처럼 쉽게 결합하지 않는다. 태양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수소 원자핵이 결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지구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초고온·초고압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핵융합로’라는 특수한 장치를 이용한다.

‘핵융합로’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면 태양에서와 마찬가지로 질량 결손에 의해 핵융합에너지가 생성된다. 핵융합발전은 이 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전 세계는 왜 핵융합발전에 주목하는가

현재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라 불리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융합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외에 KSTAR라는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핵융합발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핵융합에너지가 친환경적인 차세대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이라는 문제점을, 원자력발전은 방사능 유출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핵융합발전은 원료가 수소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 또한 연료 공급이 중단되면 바로 운전이 정지돼 안전성이 높다. 게다가 원료인 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이 가능하다. 자원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국가 간 지역 편중 및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제적 분쟁이 적다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나용수 교수는 “핵융합발전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원자력발전은 발전단가가 39원/kwh인 반면 핵융합발전은 대략 45원-130원/kwh으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다가올 무한 에너지 시대

이처럼 핵융합발전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나 교수는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핵융합로 내부를 고온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장시간 유지해야 하고 고열과 중성자로 인한 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아직은 이러한 기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해 핵융합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기를 오는 2040년대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30년 후 지구에 나타날 ‘인공태양’을 통해 열릴 무한 에너지의 시대를 기대해본다.

*질량-에너지 등가원리: 질량과 에너지라는 두 물리 개념이 같다는 원리. 아인슈타인의 E=mc2에 따르면 질량과 에너지는 사실상 등가이며, 질량이 매우 작더라도 많은 양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자료사진 국가 핵융합 연구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