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연 속을 파고드는 집단의식의 정체를 찾아서!

좋든 싫든,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영향을 받는다. 연세대학교에 소속된 연세인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나’가 아닌 ‘연세대학교의 나’로서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집단에 영향을 받은 자아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하며…(중략)…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특히 그 집단이 자신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집단일수록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정체감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된다.’ 우리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 김지경 저자의 논문 「차별경험,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과 개인자부심, 집단자부심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정체성은 집단의식에 의해 상당히 좌우된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연세인 1천342명 중 53.3%가 ‘당신이 연세대학교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매우 잘 설명한다’ 혹은 ‘어느 정도 설명한다’고 답했다. 집단의식과 자의식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 가운데는 외부에서 연세대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집단의식이 자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은 연세인만이 가지는 특수한 성향은 아니다. 이도준 교수(문과대·인지신경과학)는 “대상과 소속집단을 한국인과 한국사회라고 바꿔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집단의식과 자의식의 관계는 연세인의 특수성이라기보단 동서양의 성향 차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A라는 집단 속에서 자기 자신도 A라고 규정할 때 자의식이 고양된다고 느끼는 반면 서양인은 A들 속에서도 자신을 B라고 규정지을 때 비로소 자의식이 고양된다는 것이다. 각각에 대해 전자의 경우는 ‘상호의존적 자아’(Interdependent self), 후자의 경우는 ‘독립적 자아’(Independent self)라고 할 수 있다. 연세인 역시 연세대학교에 소속돼 있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을 규정지을 수 있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독단적인 ‘나’보단 ‘연세인으로서의 나’를 통해 자의식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 외부 사람들에게 파렴치한 행동을 노출시킬 때 한국인은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자의식 뿐만 아니라 소속된 구성원들의 규범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 사회적인 규범을 잘 지킬 때 보다 ‘집단의식’을 느끼고, 이는 ‘자의식’을 높이는데도 이바지한다. ‘연세대학교가 가장 부끄러운 순간’에 대해 40.74%가 ‘구성원의 파렴치한 행동이 노출될 때’를 꼽은 점에서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세인은 정작 자신은 학교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구성원들이 외부에 자부심을 노출시키는 것은 혐오한다는 것이다. “집단에 대한 자부심은 그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것을 외부로 표출시키는 것은 성숙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한솔(교육·07)씨의 말에서 외부인의 시선에 대한 민감한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전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에 기반한 결과다. 황상민 교수(문과대·발달심리학)는 “사람은 자기 자신 역시 ‘누군가의 자식’임을 의식하진 않아도 주변사람이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점으로 자부심을 표출하면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라며 “집단의식이 지나친 구성원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경우에서도 겸손을 중시 여기는 한국인의 규범의식이 집단에까지 확장됨을 알 수 있다.

집단의식이 항상 자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단에 대한 자부심이 클수록 그 상관관계가 커지고, 연세인의 상당수가 연세대학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구성원들의 파렴치한 행동이 집단의식까지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관계가 선행돼야 함을 알 수 있다.

 

김유빈 기자  eubi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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