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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손가락
  • 문화부 김우현 기자
  • 승인 1999.10.11 00:00
  • 호수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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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번 문화면의 ‘시사만화’ 기사를 위해 살펴본 박재동씨의 시사 애니메이션 책 『정치야 맛좀 볼텨!』에는 가슴 뭉클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 박재동씨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펼처져 있었다. 특히 「약속」이라는 작품은 지난해 이맘때쯤 발생하여 아직도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보험금을 노리고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한 아버지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잘려진 아들의 손가락이 의인화되어 자신의 어린주인이 더이상 굶지 않고 아름답게 자라나기를 땅 속에 묻혀서 기도한다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내용이였다.
우리가 좋은 학점을 받아가며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하는 세상은 그렇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대학이라는 장미빛 성전에 갇혀 사는 우리는 그러한 현실을 한 번쯤 돌아보는지 반문해 봤다.
대학생들이 돈을 잘 쓰는 멋쟁이라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뿌리깊게 인식돼 있는 듯 하다. 돈 잘쓰는 멋쟁이들을 멀리서 찾아볼 필요는 없다. 바로 주위를 둘러보면 너나 할 것없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말쑥하고 귀티나는 옷차림에 손에는 핸드폰 하나씩들고 신나게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는 멋쟁이들속에서 웬지 모르게 괴리감을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자기 돈으로 자기가 뭘 얼마만큼 사는지’에 대한 남이 간섭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오늘날의 당당한 학생들은 자신있게 주장하겠지만, 우리들의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쯤 반추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금의 사회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대학, 대학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또한 혼란스럽다. 잘려져도 자신의 주인을 위해 기도하는 손가락과 연신 핸드폰을 눌러대는 손가락들은 어떻게 다른지. 하루종일 빛나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저녁 무렵 귀가하는 버스 차창너머로 비춰오는 달동네의 불빛들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지.

문화부 김우현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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