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호 여론기획

언론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기본적으로는 사건을 보도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나아가 사회 사안을 해석·선별해 의제를 설정하기도 한다. 또한 권력에 대한 비판을 담당하기도 하고, 기존의 정보를 재생산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해 오락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평가하기에 이러한 기능들은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현상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할까? 그리고 이 문제점을 타개하고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설문에서 ‘언론의 기능 중 가장 기대하는 역할’을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보도(42.1%)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30.81%) △정치·경제·사회적 권력에 대한 비판 수행(20.53%)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가운데 오직 22.53%만이 언론에 기대하고 있는 역할이 실제로도 충분히 수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바와 현실에서 언론이 수행하는 기능 간의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이재경 교수는 ‘사회의 자본적 구조’와 기자들의 ‘프로페셔널리즘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기술의 발달과 동시에 다양한 매체가 출현함으로써 언론 매체의 종류와 그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각 매체의 수입이 감소했고, 여기서 ‘사회의 자본적 구조’에 기인한 문제점이 발생됐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데, 작은 시장과 한정된 수요자에 비해서 공급시장은 벌써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언론 매체는 대기업과 손을 잡기도 하고 일부는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으며 수입을 유지하려 한다. 이전의 언론이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반면 오늘날의 언론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판 기능이 다소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말이다. ‘언론에 기대하고 있는 역할이 수행되고 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문항에서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한 보도 행태’(46.97%)와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언론사의 구조’(23.49%)가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위와 같이 언론의 자본적 구조가 형성된 후 기자들의 프로페셔널리즘, 즉 기자정신이 상실됐다. 이는 4.40%의 응답자들이 ‘보도를 하는 기자의 역량 부족’이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답한 부분과 연계된다. 동아일보 김도형 기자는 ‘기자 정신’이란 “사회든 사람이든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돕는 정신과 태도”라고 정의한다. 이런 기자 정신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사회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들의 칼날이 무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기자는 이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또한 기사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되, 그 과정에 있어서는 사건과 기사에 대해 보다 장기적으로, 넓고 깊게 고민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할까? 응답자 가운데 69.45%는 국내언론이 ‘여론 형성’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74.49%의 응답자는 언론이 무게를 두어야 할 기능으로 ‘정보전달(사건보도)’기능을 꼽았다. 이렇게 언론의 현주소와 지향점은 여론형성과 정보전달로 양분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언론의 기능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언론은 정보전달, 여론형성, 구성원의 사회화, 그리고 오락기능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여론형성’이란 특정한 방향으로 기사를 편집해 대중들로부터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은 객관적인 사실에 의거한 기사만을 보도해야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여론형성의 한 부분이 된다. 기삿거리를 선별하는 것부터가 여론형성의 첫걸음이라는 말이다.

한편, 언론의 역할 뿐 아니라 독자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독자 역시 무비판적으로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수용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건강한 독자는 어떠한 기사를 접했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각 언론사의 성향을 파악해가며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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