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 예측과 대안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창조하다

 “아주 흥미로운 문제예요. 안 그래요, 카첸버그 양? 몇 초 후에, 일 분 후에, 한 시간 후에, 하루 후에, 혹은 일 세기 후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 해보았어요. 황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고, 닭의 내장을 들여다보기도 했으며, 별을 세심하게 살피기도 했고, 그 밖의 온갖 것들을 다 해보았죠. 하지만 그 누구도 결코 미래를 읽어 낼 수 없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1』中

 

미래에 대한 예언이 아닌 예측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여주인공 카산드라 카첸버그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카산드라의 예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예언은 허황된 것이며 그 누구도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연 미래는 읽어낼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 학자들은 ‘미래학’을 탄생시켰다. 학문적으로 연구해 미래를 보다 체계적으로 내다보기 위해서이다.

미래학에서는 미래를 근본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불가피한 일들’의 장이 아니라 아직 결정되지 않은 복수의 ‘가능한 일들’의 장으로 본다. 따라서 미래학에서는 유일한 하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 모델을 예측한다. 예측을 기반으로 미래의 대안을 제시해 조직이나 국가, 개인이 바람직한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미래학의 대부라 불리는 하와이대 제임스 데이터 교수는 “미래는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가능성 있는 미래 이미지를 그려보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좋은 미래를 찾아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미래 예측의 다양한 기법

16세기에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20세기에 미래학자 제럴드 세렌트는 미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9년에 지구는 1년 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고 1987년에 미국은 뉴욕증시가 폭락하여 ‘블랙먼데이’를 맞이했다. 예언가의 예언은 틀렸지만 미래학자의 예측은 맞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예언과 달리 미래 예측은 사회·과학적인 기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있다. 제럴드 세렌트는 ‘트렌드 분석’이라는 예측 기법을 사용해 경제위기를 예측했다. 트렌드 분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의 주기적 반복을 연구해 그 트렌드의 특성을 미래로 투사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이 외에도 미래 예측 기법에는 ‘델파이 기법’과 ‘환경 스캐닝’ 등이 있다. 델파이 기법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미래 사회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델파이 조사방법은 전문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반복해서 묻고 그 과정에서 다른 전문가의 견해를 상호 교환함으로서 기존 견해의 수정을 통해 통합된 합의점을 구한다. 전문가 한 사람의 예측보다 여러 전문가의 예측이 더 정확하다는 원칙 속에서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환경 스캐닝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잠재적이지만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만한 새로운 정보를 체계적으로 선별하는 기법이다. 변화의 작은 물결이 곧 커다란 파도로 자라고 결국은 거대한 쓰나미로 발전해 미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환경 스캐닝은 바로 이러한 작은 물결을 감지해내는 것이다.

미래학을 연구하는 미래학자들은 신이 아니기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은 다양한 사회·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미래학에 주목하시라

오늘날 급속한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미래 예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래학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보다 나은 대안적인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주기에 우리는 선택적인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오늘날 다국적 석유기업으로 유명한 쉘(Shell)사는 1969년 미래예측연구소를 만들어 당시 1.19달러였던 석유 가격이 몇 년 후면 20~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이 활발해짐에 따른 석유기업들의 로비 활동과 오펙(OPEC)의 담합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이에 대한 쉘사의 대안은 저렴한 유전을 사 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1973년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석유 가격이 폭등했다. 이로 인해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쉘사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세계 2~3위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래 예측을 통해 미래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미래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척해 나간 것이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최윤식 박사는 “미래학을 통해 우리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기회들을 먼저 포착해 기회는 더 크게 만들고 위기는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 예측이라는 것은 어느 분야에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기에 미래학은 다양한 학문과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는 생태문제를 미래학과 연관시켜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등의 추세와 전망을 모색하고 있으며 세계미래학회(WFS)는 미래의 소비형태를 예측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는 사회·기업·경제 분야의 미래 연구를 위해 미래학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한국은 미래학 불모지?

 이렇듯 미래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최 박사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현재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미래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미래학을 하나의 학문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미래학을 가르치는 전공과목이 전무하며 실제로 미래학을 전공한 미래학자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이에 최 박사는 “미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래 예측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예측 기법의 개발과 미래학에 대한 관심 촉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사실이란 것도 없지만 과거의 가능성이란 것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로버트 브럼바우의 이 말은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현명한 말로 꼽힌다. 운명적으로 정해진 미래는 없기에 ‘미래의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란 이미 발생한 일이기에 ‘과거의 가능성’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과거의 사실과 미래의 가능성뿐이라는 것이다.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측과 대안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미래학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자료 그림 M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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