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엉터리 상상력을 풀어놓을 공간이 필요했는가?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을 실험하고 싶다면 홍대 앞에 위치한, 나비 형상을 하고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거대한 건물에 발을 들이면 된다. 예술적 상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 당신이 꿈꾸던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그 곳에 잠재적 디자이너를 위한 상상마당이 있다.

 

예술가들의 쉼터, 상상마당

최근 홍대 앞이 ‘젊음과 유흥의 거리’로 발돋움 하면서 예술가들이 작업할 공간은 뒤로 밀려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상마당은 4년 전 예술가를 위한 쉼터를 자처하며 국내 최초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났다. 상상마당은 예술가에게는 문화·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일반인에게는 디자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이 탄생하는 곳, 디자인 스퀘어

상상마당의 핵심은 ‘디자인 스퀘어’다. 겉보기엔 일반 문구점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곳에서 풀이나 가위를 찾을 수는 없다. 이곳은 독특한 아이디어의 디자인상품을 구입하거나 디자이너의 소규모 전시를 관람하는 곳이다. 역대 유명 소설가들의 연애편지가 담겨있는 노트가 있는가 하면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를 팔기도 한다. 게다가 모든 아이디어 제품은 오로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다. 현재 200여 개의 한국 디자인 브랜드가 입점 돼 있다. 평소 상상마당을 자주 방문한다는 경인교대 조채형(사회·11)씨는 “디자인 스퀘어에서 특이한 디자인상품을 구경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스퀘어에서 판매되는 디자인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티 다이버(Tea Diver)’다. 이는 ‘머구리’란 우리나라 전통 잠수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다. 해녀들이 해안 먹거리의 80%이상을 책임지는 것처럼 티 다이버를 통해 티타임을 책임지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티 다이버를 거꾸로 세워 오리발을 벗겨내 찻잎을 넣은 후 다시 신발을 잘 신겨 컵 안으로 퐁당 잠수시키면 된다. 그러면 몇 초안에 티 다이버 몸체의 뚫려있는 구멍들 덕에 은은한 차가 우려진다. 상상마당 정현오 디자인사업팀 팀장은 “초반에는 다이어리나 노트 같은 실용성 있는 제품이 잘나갔지만 이제는 티 다이버 같이 독특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디자인 상품 판매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특이한 디자인적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디자인 스퀘어에 비치돼 있는 디자인 잡지나 서적을 무료로 열람하면 된다. 또한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는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강좌가 열려 디자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가령 ‘디자인 서당’ 강좌에서는 디자인 평론가와 함께 디자인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디자인의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예술가의 든든한 지원군, 상상마당


     
디자인 스퀘어에는 일반인을 위해 다양한 디자인 체험 공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전시 공간도 지원하고 있다. 정 팀장은 “디자인 스퀘어에서는 기획 전시를 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에게 7평 정도의 소규모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자유제안’ 프로젝트도 있다. 연중 상시로 이뤄지는 디자인 자유제안 프로젝트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상품화 시키고 싶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거나 방법을 모르는 잠재된 디자이너들을 발굴한다. 제안된 디자인이 선정되면 상상마당 측에서 전적으로 투자해 아이디어를 상품화 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디자인 상품 중에는 어릴 때 갖고 놀던 프라모델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모양의 벽시계가 있는가 하면, 착용하고 잠을 자면 점점 예쁜 미소를 갖게 되는 미소교정기도 있다.

이제 상상마당의 문을 힘껏 열어보자.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지는 이 시대, 상상마당에서 당신이 그린 ‘상상’ 속의 디자인을 ‘현실’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윤 기자  munamu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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