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하면 세련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반면, 국산 자동차는 그에 비해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다. 우리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국내 자동차 디자인에 지금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2011 레드닷 디자인상’에서는 기아의 K5가 수송 디자인 분야 최우수상을 받는가하면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개최한 ‘페라리 월드디자인 콘테스트 2011’에서는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대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은 어느 수준까지 성장해있는 것일까?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순생산량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자동차 5대 강국 중 하나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 기아 자동차의 올해 미국 누적 판매량은 80만 대에 육박해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를 제쳤다. 이러한 높은 인기의 원인 중 하나에 국산 자동차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 한밭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구상 교수는 “한국에서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타국의 자동차 디자인을 보고 응용하여 신제품을 출시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다른 나라 브랜드들이 우리나라 디자인이 먼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정도까지 성장한 국내 자동차 디자인 산업의 발전 요인을 디자인 의사결정구조의 변화에서 찾았다. 기업의 회장이 자동차 디자인의 최종 승인을 담당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디자이너들이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최근 많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디자인경영 개념과도 맞물려 있다. 디자인이라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경영진보다는 디자이너의 결정을 우선적으로 존중하게 된 결과, 더 혁신적인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짚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퍼지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는 ‘브랜드 정체성 구축’이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이를 위해 기업의 차량들이 전체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갖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단순히 소형차는 귀엽게, 대형차는 각지도록 만들었던 과거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멀리서 봤을 때도 특정 기업의 차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자동차 전문 웹진 데일리카 정치연 기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유기적이고 유연한 선을 바탕으로 동양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반면, 기아자동차에서는 기하학적이고 서양적인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친환경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트렌드가 국내 자동차 디자인에도 반영되고 있다. 친환경성을 위해 차체 자체를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배터리나 연료 탱크 같은 부분들도 효율적으로 공간을 차지하도록 차체구조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덧붙여 정 기자는 “겉모습만 디자인이 아니다”라며 “어떤 소재를 사용해 자동차를 만드느냐 하는 것도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우리만의 매력

 

그렇다면 외국 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자동차 디자인만의 독특한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구 교수는 “넓은 실내 공간이 바로 한국 자동차만이 가진 디자인적, 기술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같은 서양 국가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뒷좌석에는 사람이 잘 타지 않는 반면 한국 사회는 가족 중심 사회로 가족 모두가 한 차에 탄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에 입각해 한국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외국의 자동차에 비해 뒷자석 공간이 무척 넓게 디자인돼 왔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적 특징을 확장시켜 실내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디자인 차원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눈을 부릅뜬 느낌을 주는 자동차 헤드 부분도 한국 자동차의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자동차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헤드램프나 라디에이터 그릴을 강렬하고 날카롭게 만들어 강한 인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무난하고, 안정적인 것보다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다보니 디자인 분야에서도 이런 인식이 반영됐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 디자인.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 당신의 심미안을 만족시킬 만한 자동차를 찾기 위해 외제차 카테고리를 뒤지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등잔 밑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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