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E』에서 주인공 월-E는 지구에 남겨진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면서 신기하고 쓸 만한 보물을 찾는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는 비록 픽션인 SF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에서도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래에도 월-E처럼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찾아야만 할까? 결론은 아니다. 현재 쓰레기 자체를 보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이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다시 에너지를 회수하는 플라즈마 컨버터가 바로 그것이다.

플라즈마 컨버터의 명확한 명칭은 ‘열플라즈마 가스화 용융처리 시스템’이다. 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플라즈마 컨버터가 기존의 소각 방식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열원으로 플라즈마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플라즈마란 초고온 상태에서 기체가 이온화된 상태로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개와 유사하다. 폐기물을 태워서 처리하는 소각 방식의 경우 소각로의 온도가 800~1500℃밖에 올라가지 않지만 플라즈마를 열원으로 사용할 경우 1만℃ 이상의 초고온을 생성할 수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폐기물 처리는 어려운 이름에 비해 그 원리는 간단하다. 열플라즈마환경기술연구센터 손홍선 박사는 플라즈마 컨버터의 원리를 “폐기물을 밀폐된 실린더에 넣고 초고온의 열플라즈마*를 이용하여 폐기물을 열분해시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폐기물에 인공 번개를 쏴 폐기물을 녹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원자를 함유한 유기물은 합성가스로 남게 되고 유기물을 제외한 무기물은 용융되어 슬래그**가 된다.

이렇게 플라즈마 컨버터는 초고온의 인공 번개를 통해 그 어떠한 폐기물도 녹여버릴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의는 폐기물의 개념을 바꿨다는 점이다. 열플라즈마를 이용해 열분해시킨 폐기물에서 생성된 합성가스는 다시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손 박사는 “합성가스는 다시 태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통해 터빈을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별도 처리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수소만을 뽑아내어 산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슬래그도 버리지 않는다. 슬래그는 보도블록이나 건축자재 등으로 쓰일 수 있다.

이 외에도 플라즈마 컨버터가 가지는 이점은 다양하다. 우선 소각과 달리 플라즈마 컨버터는 친환경적으로 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다. 소각로의 경우 폐기물을 연소시키기 위해 산소를 지속적으로 넣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소와 폐기물의 원소가 결합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방출된다. 하지만 플라즈마 컨버터의 경우 산소가 없는 밀폐된 상태에서 반응이 일어나기에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플라즈마 컨버터를 이용하면 그 동안 처리가 까다로웠던 방사성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식은 방사성 폐기물을 철제드럼에 넣어 밀봉시켜 처리장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는 부피를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플라즈마 컨버터를 이용하여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면 방사성 물질만을 따로 분리해 슬래그에 저장하고 비방사성 물질들은 가스로 만들어 태워버릴 수 있다. 폐기물의 부피도 줄이고 더욱 안전한 상태로 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들에 비해 아직 플라즈마 컨버터가 가야할 길은 멀다. 손 박사는 “아직은 소각에 비해 플라즈마 컨버터는 경제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열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열분해시키는 기술은 현재 상용화 됐지만 결정적으로 열분해 후 발생된 합성가스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경북 청송에 열플라즈마를 이용한 폐기물 처리설비가 운영 중에 있지만 일일 폐기물 처리량이 10톤에 불과하고 합성가스에서 회수하는 에너지의 양은 미비한 수준이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이재영 교수는 “열플라즈마를 이용하여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며 현재 합성가스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아직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9월 6일은 한국폐기물협회에서 지정한 ‘자원순환의 날’이다. 오늘날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면서 한정된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에 자원순환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따라서 앞으로는 폐기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고 거기서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플라즈마 컨버터가 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열플라즈마 : 플라즈마는 저온 플라즈마와 고온 플라즈마 두 종류로 나뉘며 플라즈마 컨버터는 열플라즈마를 이용한다.
**슬래그 : 광석이나 금속을 녹일 때 비금속 물질, 금속 산화물 등이 쇳물 위에 뜨거나 찌꺼기로 남는 것의 총칭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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