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잡지 3색깔, 20대 잡지 프론트·디.노마드·헤드에이크를 말하다

스무 살의 청춘을 술도, 게임도, 애인도 아닌 ‘잡지’에 바치는 이들이 있다. 같은 대학생임에도 잡지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그들은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 잡지를 ‘청춘’이라 말하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대가 20대를 이야기하다 ‘FRONT’

최전선의 20대 문화를 다루는 잡지 『프론트』. 이는 우리대학교 주영민(사회·06)씨와 이동현(문정·06)씨의 합작이다. 개성 있는 20대가 모여 만드는 이 잡지에는 신진 디자이너, 특이한 축제, 스트릿 패션, 20대만의 고민 등 신세대의 흥미를 끌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프론트』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색깔이 뚜렷한 20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디렉터 주씨는 말한다. 프론트에는 30여명의 독특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슴만 찍어온 유별난 친구가 있는가 하면 21살의 어린 나이로 우리나라 스트릿 사진계에서 주목받는 사진작가도 있다. 이번 4호 표지를 작업한 학생은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려 독립적으로 다양한 문화기획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들의 20대들이 만들어가는 『프론트』는 그렇기에 특별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그들이 ‘프론트’할 수 있는, 즉 ‘앞설’ 수 있는 이유는 특별함 그 자체뿐만 아니라 악착같은 근성 때문이기도 하다. “끈질긴 취재 때문에 전화비가 48만원이 나와서 한 달 만에 통신사 VVIP로 승격 됐어요”라는 이씨의 말처럼 그들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한 번은 낸시랭씨 인터뷰를 잡기 위해 강연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나가는 차를 붙잡아 번호를 얻어내고 그녀에게 38번의 전화 끝에 장장 50여 일 만에 인터뷰를 따냈다. 이와 같은 그들의 열정은 잡지에만 국한되지 않아 문화 행사까지도 넘보고 있다. 이씨는 “이달 말에는 플리마켓을 열 예정”이라며 “잡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통해 20대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만드는 디자인 잡지, ‘디.노마드’

20대의 젊은 문화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프론트』가 있다면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 『디.노마드』도 있다. 40여 개 대학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이 잡지는 발행 2년차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서점과 카페에 비치될 정도로 빠른 성장 중이다. 비결은 젊은 20대의 톡톡 튀는 발상이다. 그들의 잡지는 구성부터 돋보인다. 거꾸로 돼있는 기사를 읽기위해 잡지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기사에 딸린 QR코드를 찍어 관련 영상을 스마트 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잡지의 모든 디자인은 우리대학교 양수진(시디·09)씨가 총괄한다. 잡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양씨는 ‘잡지 10권을 등에 짊어져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열정은 대학생이 쉽사리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만나기 힘든 유명 디자이너를 기자의 신분으로 만날 수 있고 디자인에 관심 있는 20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관심 있다면 디.노마드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된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잠재적인 디.노마드 에디터다.

 

골치 아픈 질문은 함께해요. ‘헤드에이크’

 

『헤드에이크』란? 질문 잡지다. 20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각 호의 주제가 된다. 최근에 나온 4호의 주제는 ‘갈 데 있어요?’다. 취업할 곳, 살 곳, 놀 곳, 마음 나눌 곳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밖에도 헤드에이크는 ‘졸업 후 뭐해?’, ‘독립 언제할거야?’ 등 골치 아픈 질문들을 다룬다. 이러한 질문들은 잡지를 만드는 20대 편집부에게도 어려운 질문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자의 질문을 하나씩 헤쳐 나가듯 독자의 질문도 하나씩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한다. 헤드에이크 김가영 에디터(25)는 “심각한 질문을 가볍고 재밌게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너무 골치 아프지 않는 선에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답답한 질문이 있어도 소통할 곳이 없어 ‘헤드에이크’했던 독자들은 엽서를 보내면 된다. 당신의 질문이 다음 호의 주제가 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두통이 가실 날 없는 20대라면 헤드에이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

 

잡지 만들기에 청춘을 쏟다

20대들이 모여 잡지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엄청난 잡지 발행 비용을 마련하는 것부터 대학생 기자 신분으로 취재하는 것, 그리고 포기해야하는 개인적 일상까지 모두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겐 공통적으로 스스로 20대 문화를 창조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20대가 가진 젊음과 패기, 그 특권을 잡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펼치고 있는 그들의 행보를 기대해보자.

 

김기윤 기자 munamuna@yonsei.ac.kr
사진 배형준 기자 eless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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