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과의 교류, 친환경적 활동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여행트렌드

 

 

첫 학기가 끝나고 타오르는 여름이 다가왔다.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은 저마다 여행 계획 세우기에 바쁘다. 여행가방 하나를 메고 새로운 세계로 훌쩍 떠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대학생이 방학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한 번 들여다보자. 빽빽한 일정에 맞춰 누구나 한 번쯤 가본다는 장소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이드의 인솔을 받으며 허겁지겁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과연 여행의 전부일까? 또 주변을 전혀 둘러보지 않거나 '소비'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행을 진정한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공정여행은 이러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정여행

'착한 여행'이라 불리는 공정여행은 지역, 환경,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책임의식 있는 윤리적 여행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을 겉모습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하고, 관계 맺으며, 정당하게 거래하는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여행의 주체는 더 이상 여행자 개개인들만이 아니라 방문지의 지역주민과 지역경제, 문화, 환경적인 요소들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정여행에는 여행지 자체는 물론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있다. 트래블러스맵 이보현 전략홍보팀장은 “공정여행은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여행은 자연, 사람, 문화라는 세가지 가치를 추구하며 새로운 여행의 장을 열고 있다.

착한 여행 실천 백서

공정여행은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실현될 수 있다. 공정여행에서 여행자들은 대형 호텔 체인이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아닌 지역민이 직접 운영하는 업소를 이용한다. 이 팀장은 “실제로 관광객이 소비하는 돈의 대부분은 현지인의 수익으로 돌아가지 못하지만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홈스테이나 식당을 이용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가 되고, 그를 통해 그들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여행으로 태국을 방문한 건국대 박인화(영어교육·10)씨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체인점을 이용하지 않고, 매끼 식사 때마다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을 이용했다. 박씨는 “현지인이 운영하다보니 국왕을 존경하는 문화나 불교 문화 같은 태국 전통 문화가 식당에 깊게 스며들어있었다”며 “이를 통해 태국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은 지역 환경을 보존을 위해서 개인 물병, 수저, 손수건 등을 항상 소지해 재활용품 사용을 최소화한다. 제주여행커뮤니티 ‘이제주’ 김철홍 대표는 “공정여행이 추구하는 자연, 사람, 문화 세 가치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자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할 때 대중교통, 도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역시 공정여행의 일환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은 여행지의 환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행지의 사회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일정의 반을 도보로 이동했다는 박씨는 “천천히 걸어가며 현지인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옷깃을 스치며 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그들 안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한 발자국 떨어져 단순히 화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투어식 여행과는 매우 달랐다”며 당시의 경험을 떠올렸다.

해외에서 만나는 삶과 문화

공정여행은 크게 국외여행과 국내여행으로 나뉜다. 국외 공정여행은 △대자연 트레킹 △에코 투어 △지역 기반 여행 등으로 분류되는데, 여행의 테마에 따라 체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도 현지 문화 체험을 통해 지역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지역 기반 여행은 공정여행이 말하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다. ‘착한여행’ 송유하 경영지원팀장은 “일반 패키지여행과 달리 공정여행은 지역에 있는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여행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특히 국외 공정여행의 경우 대개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지역 여행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그중 여행지에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는 특히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한국외대 한철우(스페인어통번역학·08)씨는 지역 기반 여행의 일환으로 콜롬비아 마니살레스를 여행했다. 한씨는 현지인 가이드로부터 안내를 받으며,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에 가서 커피콩을 수확하는 것부터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까지 직접 체험했다. 한씨는 “현지인의 풍부한 설명을 통해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커피를 생산해내기까지 필요한 현지인들의 고생을 알게 되니 커피 한 잔 한 잔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한 국외 공정여행과 달리 국내 공정여행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도 공정여행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국내에 전통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해당 지역민을 통해 문화체험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를 위해 현지 사람들과의 직접 접촉이 가능한 민박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국내여행의 경우 크게 △도보여행 △체험 여행 △에코 투어 △문화테마 여행 △치유여행 △지역 네트워크 구축 사업 등으로 나뉘며 각각의 여행 테마에 알맞게 여행 코스나 체험 내용들이 결정된다. 최근 가장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도보여행의 경우 대학생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대학생 국토대장정뿐 아니라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강릉 바우길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팀장은 “사람들은 자신의 여행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연관돼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내가 경험하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고생하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은 우리의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변화의 굴레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활의 백미인 방학. 남들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것을 보는 여행에 질렸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여행, 공정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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