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의 전기가 송전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발전소와 송전탑 없이도 신촌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할까? 지난 26일 저녁, 신촌민회가 ‘신촌,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논단을 개최했다. 이날 논단에는 ‘에너지시민연대’ 차정환 부장, ‘녹색연합’ 이유진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신촌지역 주민과 논단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참석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발제를 맡은 차 부장은 ‘주민 공동체 중심의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주제로,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더라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에너지 절약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니, 절약은 이념적으로 중립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차 부장은 “절약해서 아끼는 비용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돈을 절약해서 ‘로컬푸드’를 사 먹는다면 지역 경제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어, 이 팀장은 본격적으로 ‘신촌 지역의 에너지 자립 모색’을 논의했다. 이 팀장은 먼저 “이 세미나실의 할로겐등을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등으로 교체했을 시 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에너지 효율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밀양의 송전탑 입지 반대 투쟁과 지난 2006년 해저케이블 손상으로 제주도 전역이 정전됐던 사건을 소개했다. 이 팀장은 “서울시의 전력자립도는 1%도 안 된다”며, “생산지와 송전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에너지 손실도 크고 지역 갈등 또한 빈번한데, 지역에서 에너지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팀장은 대학 캠퍼스의 에너지 사용량이 일반 가구의 3.5배에 달하며, 그 중에서도 신촌에 위치한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가 각각 서울시 고액전기요금 납부자 6위와 11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꾼다면 거대한 설비가 아니라, 현재 우리 마을의 에너지 소비현황과 설비를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며 발제를 마쳤다.

2부에서는 발제를 들은 청중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 거리를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한 지역 주민은 원룸에 대한 논의를 꺼냈다. 이 주민은 “이 지역에 원룸이 많은데, 원룸 주인들을 모아서 에너지 절약 상담 등을 무료로 해준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봉원교회’ 박용권 목사는 “원룸 주인은 자기 돈이 나가니까 전기요금을 많이 아끼려고 하지만, 원룸을 사용하는 입주자는 자신이 직접 요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전기를 낭비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에 차 부장은 “방마다 계량기를 따로 달지 않으면 절약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계량기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 에너지 낭비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후반부에는 대학 캠퍼스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다. 박정현(경제·10)씨는 “우리대학교가 서대문구 에너지 사용량의 5%를 소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공사하고 있는 건물들도 전부 통유리로 리모델링 한다는 것을 보면 학교는 크게 에너지 절약의 뜻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관련기사 1651호 ‘서대문구 에너지 사용량의 5%?!’) 청중 이태영씨는 “에너지 절약의 목소리를 낼 대학사회의 주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차 부장은 “대학은 사용량도 사용량이지만 공사 또한 많이 하다 보니 절약이 쉽지 않다”며 “학생들이 조직화해 움직인다면 시민단체도 그에 대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사실 발제 내용 중 에너지를 절약하면 얼마를 절약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에너지 절약의 동기를 가지게 할 큰 자극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이 씨의 말에 대해 “특히 수도권은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갈등에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촌민회 하수용 사무국장은 “앞으로 신촌민회가 지역 활동을 해나갈 때 중요할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실마리를 얻었다”며 논단을 마무리 지었다.

도시인데다 대학·주거·상가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는 신촌 지역에서, 에너지 자립은 호락호락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논단은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드는 일은 에너지 문제에 대해 관심과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

정주원 기자
shockingyellow@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