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교수(사과대·비교정치/국제정치)

세계 정상들과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세계 주요 현안을 논하는 ‘다보스 포럼’의 토론 연사. 『100분 토론』에서 화려한 논거로 다른 패널들을 제압하는 능력을 가진 패널.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외신에서 취재 연락이 오고, 우리나라 대표 언론기관에서 인터뷰를 기다리던 안보 전문가. 그 외에도 한국평화학회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세종연구소 이사, 잡지 『Global Asia』의 최고편집자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문정인 교수(사과대·비교정치/국제정치)를 만나봤다.

“바쁘지. 내일도 오슬로에 초청받아 강연을 하러 가고, 지금 쓰고 있는 책이 5개야” 문 교수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강연 연사로 초청받아 출장을 가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에 가야할 일정이 있지만, 모든 일정이 최대한 강의에 지장을 주지 않게 배치한다.

이렇게 높은 그의 인지도는 탄탄한 학문 기반에서 비롯됐다. 문 교수는 다른 정치외교학과 교수들과는 다르게 타과 학사 출신이다. 우리대학교 철학 학사, 메릴랜드대학교 정치학 석박사를 마친 그는 “철학, 역사, 문학과 같은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라는 답변을 했다. 그의 학문에 영향을 미친 철학에 대해 그는 자신의 철학을 ‘구성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말했다. 힘의 논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정체성을 서로 인정한다면 그 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런 철학을 공유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정치를 할 때 만난 건 아니고, 제1차 정상회담 때 대통령 수행원으로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김 전 대통령과 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이 같다는 그는 “북한과 대화는 가능하며, 대화를 통해서만 시장경제를 북한 사회 속에 스며들게 해 자유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도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이며, 그들에 대한 억압은 오히려 반발만을 일으켜 북한 내 탄압이 더 심해지게 할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와 김 전 대통령이 공유했던 생각이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자문위원, 대통령 자문위원 등으로 일하며 이런 그의 신념을 정책화했다.

이렇게 열심히 산 문 교수가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무엇일까? “절대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요즘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그는 진심으로 “항상 상상력을 가져라, 모험을 하라, 시간을 아껴라, 그리고 많이 읽어라”라고 했다. 이런 ‘당연하지만 지키기 힘든’ 이야기가 와 닿았던 것은 그가 삶 속에서 이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삶에 대한 'Passion', 이 단어가 그의 삶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표현이었다.

 김유진 기자 lcholi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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