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과 댓글로 참여하는 새로운 나눔 트렌드, 온라인 기부

기부천사가 되고 싶지만 돈은 없고, 그렇다고 소액을 기부하기엔 창피한 당신. 이젠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기부는 비교적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고, 금전적인 부담이 없어 편하다”는 엄동준(경영·10)씨의 말처럼 ‘땡전 한 푼’ 없이도 할 수 있는 온라인 기부가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부가 가진 매력은 기부가 필요한 단체들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트 내에서 다른 기부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강철희 교수(사과대·지역사회복지 및 사회복지행정)는 “새로운 의사소통과 공동체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기부는 향후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기부의 밝은 미래를 예상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기부, 우리나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돈이 없어도 가능한 기부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기부로 네이버의 ‘해피빈’이 있다. 해피빈의 가장 큰 특징은 현금이 아니라 기부아이템인 ‘콩’으로 기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콩 1개는 100원의 가치를 지니며 ‘충전콩’과 ‘후원콩’으로 나뉜다. 충전콩의 경우 현금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반면 해피빈에서 주는 온라인 머니인 후원콩은  일부 인터넷 활동으로 얻을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콩이 모이면 네티즌은 ‘콩 기부하기’를 통해 자신이 돕고 싶은 대상이나 단체에 기부할 수 있고, 네이버 측은 이를 수혜자에게 현금 형태로 전달한다. 콩을 받을 수 있는 활동에는 △네이버 지식iN 답변하기 △블로그 또는 카페에 해피빈 알리기 △블로그나 카페에 포스트 남기기 △메일 쓰기 △해피빈 배너 클릭 등이 있는데,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 때문에 타인을 돕고 싶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후원콩을 통해 부담없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해피빈 고객센터 문현지씨는 “콩은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다”며 “단순한 인터넷 서핑이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온라인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 

해피빈의 기부활동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6백60만 네티즌과 4백65개의 단체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기부금액은 2백57여억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일본 대지진 해일 피해 구호라는 주제로 모금활동이 벌어져 3억여 원이 모금되기도 했다. 모금된 금액은 일본적십자사로 바로 전달돼 피해복구에 사용됐다. 이처럼 해피빈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도울 수 있어야한다’는 취지 아래 쉬운 방법으로 기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모금 이슈

다음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기부 서비스 ‘희망해’ 또한 많은 네티즌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본적인 현금 후원뿐 아니라 그 외에 △카페나 블로그 스킨 달기 △위젯 달기 △응원 댓글 달기 등의 활동을 통해 얻은 온라인 머니로도 기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희망해의 가장 큰 매력은 모금 제안부터 진행, 그리고 참여까지 기부의 전 과정을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모금 서비스라는 점이다. 기존의 기부 방식은 기부 단체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었으나 희망해는 다르다.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모금 이슈를 제안할 수 있고, 각각의 이슈의 모금에 동의한다는 희망서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네티즌이 희망서명만 한다고 모두 희망해의 지원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성 △시의성 △실현가능성 △사회적공감대라는 기준을 가지고 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친 후 희망해로 선정되기 때문에 신뢰성 역시 보장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업커뮤니케이션팀 이슬기 직원은 “희망해는 각종 사회단체가 주도한 기존의 일방적 모금 캠페인과는 다르다”며 “네티즌 스스로가 사회문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쌍방향적 활동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의 참여가 불가능을 현실로

싸이월드가 진행하고 있는 ‘드림캠페인’ 또한 네티즌 참여형 캠페인이다. 그러나 단순한 금전적 도움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는 것을 돕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드림캠페인에서 네티즌은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반대로 타인의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네티즌이 자신의 꿈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등록해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얻으면 선발 후보자로 등록된다. 그 후 일정한 응원기간 동안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한 사람은 꿈을 위한 후원을 받게 된다. 몇 번의 클릭과 댓글로 누군가의 간절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 홍보팀 안현수 대리는 “단순히 기업이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네트워크상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드림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일에는 드림캠페인의 첫 번째 수혜자가 탄생했다. 급성 간부전으로 쓰러진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70%를 이식한 후, 요리사의 꿈을 접어놓고 있었던 20살 이승미씨가 그 주인공이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과 꿈을 향한 열정이 담긴 사진을 올린 이씨에게 수많은 네티즌들이 공감과 댓글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이씨는 드림캠페인의 후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지난 4일 ‘빵빵카페’를 개업할 수 있었다. SK커뮤니케이션 측은 개업에 필요한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힐튼호텔 조리장과의 1대1 멘토링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네티즌 역시 가게 인테리어에서부터 메뉴 이름까지 추천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 대리는 드림캠페인을 “단순히 금전적인 도움을 제공하려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들을 구체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더 나은 기부문화를 위해

온라인 기부는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생긴지  얼마 되지 않는 기부문화인 만큼 문제점도 있다. 강 교수는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금조직들만이 온라인 기부의 수혜를 받는다”며 온라인 기부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인터넷 이용이 서툴 경우, 도움이 절실하더라도 기부의 혜택 대상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통원 교수 역시 “온라인 중심의 기부가 활성화되는 것이 오히려 그에 뒤따르지 못하는 민간기관들의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단체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각 기부단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언제, 어디서라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남을 돕고 싶지만 나 자신부터 금전적으로 어렵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직접 기부단체를 찾아가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힘은 당신의 작은 관심과 몇 번의 클릭에서 시작한다.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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