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건강한 정신과 협동의식을 기르는 차원의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통놀이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어떤 전통놀이를 계승하고 있는지, 중앙 동아리 ‘춤패탈’과 ‘떼’를 찾아가 알아보았다.

푸른샘 3층에 위치한 춤패탈 동아리방, “얼쑤”라는 기합소리와 함께 춤사위가 시작됐다. 신명나는 장구소리에 맞춰 새하얀 한삼이 이리저리 나부낀다. 춤패탈은 우리대학교 전통춤 동아리로 전통춤을 보존, 계승하려는 목적에서 지난 1978년에 만들어졌다. 춤패탈은 수많은 전통춤 중에서도 황해도 지방의 강령탈춤을 계승하고 있다. 7과장으로 이루어진 강령탈춤은 사자춤, 말뚝이춤 등으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춤패탈에서는 강령기본무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춤을 계승하는 동시에 창작극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창작극은 시나리오부터 안무까지 모두 회원들이 만들어나간다. 춤패탈 회장 김도균(생명공학·10)씨는 “탈춤놀이가 일반인들에게 최대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짠다”고 말했다. 일단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틀이 완성되면 고성춤, 양주춤을 비롯한 다양한 기본무들을 곳곳에 끼워 넣어 새로운 형태의 극을 만든다. 실제로 지난 2010년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극으로 무악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춤패탈 회원들은 모두 ‘탈명’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탈춤이 양반풍자에 쓰여 탈춤을 추는 사람들은 실명 대신 탈명을 사용했는데, 탈명을 지어주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착안한 춤패탈만의 오래된 전통이다. ‘자람’이라는 탈명을 가지고 있는 김씨는 “탈명은 윗 선배들이 지어주는데, 그 이름에 담긴 의미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평생 이름의 의미를 찾으며 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성(정보산업·07)씨는 “전통춤은 팔다리를 조금만 다르게 움직여도 전체적인 모양새나 느낌이 달라진다”며 탈춤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러한 매력에 빠진 것은 비단 우리나라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춤패탈에는 중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인도 등 다양한 국가의 교환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 가와사키 나오코씨는 “일본에서 본 적이 없는 동작이나 박자가 무척 신선하고, 탈춤을 통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며 탈춤놀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기자가 방문한 곳은 대강당 지하 1층에 위치한 떼의 동아리방이었다. 방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형형색색의 고깔과 채상들이 풍물패 특유의 경쾌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떼는 ‘다 같이 노니는 한 무리’라는 의미를 가진 우리대학교 중앙 풍물패이다. 떼 회장 정찬울(신소재·09)씨는 “풍물놀이는 마당에서 꽹과리, 장구, 징, 북, 소고 등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수많은 무리가 어우러져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떼는 그 중 호남의 고창굿을 계승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직접 고창으로 내려가 풍물 전문가에게서 풍물놀이를 전수받는다. 고창굿은 3마당으로 이뤄져 있고, 개인놀이가 특히 많아 회원들은 각자 대포수, 망구, 양반, 각시, 중광대 등의 역할을 맡아 판을 만들어간다. 정씨는 “모르고 보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각기 맡고 있는 역할은 다르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풍물패 중 홍적삼을 입은 사람은 취객으로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할머니를 뜻하는 망구의 경우 실감나는 표현을 위해 굿이 벌어지는 2시간가량 허리를 피지 못한다.   

풍물놀이의 가장 큰 매력은 이처럼 각자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는 점이다. 꽹과리를 치며 판 전체를 이끌어가는 상쇠 역할을 맡고 있는 박수진(영문·09)씨는 “풍물놀이는 모든 사람들의 호흡이 맞아야 만들어질 수 있는 공연”이라며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서로 알아가며 함께 어우러져 노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풍물패뿐만이 아니라 구경꾼들도 다 같이 춤을 추는 뒷굿에서는 신명나는 가락에 맞춰 모두들 어느덧 하나가 된다.

탈춤놀이와 풍물놀이는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판을 만들어간다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대학교 전통놀이 동아리들은 각기 다른 놀이를 하면서도 같은 정신을 이어가고 있었다. 놀이의 의미가 다시금 평가받고 있는 지금, 그들이 추구하는 어울림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최혜원 기자 hellofriday@yonsei.ac.kr
사진 유승오 기자 steven10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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