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따스한 햇살아래 캠퍼스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다들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이 꽤나 신경 쓴 듯하다. 바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현장이다. 곳곳에서 재미있는 광고도 눈에 띈다. 화장 전후 사진을 비교하며 졸업사진을 위해 헤어와 메이크업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저런걸 다?’ 저학년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졸업사진을 찍은 황지혜(UIC비교문학·08)씨는 선배에게 추천받은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다가 화들짝 놀라 수화기를 내려놔야 했다. 그곳에서 졸업사진 촬영을 위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데 20만원이 넘는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졸업사진을 위해 그 정도까지 돈을 들이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ㄱ씨의 경우 졸업사진을 찍기 전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 수십만 원의 돈을 투자했다. 곧 요요현상이 찾아오긴 했지만 그녀는 “날씬한 모습으로 졸업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진을 찍기 전에 가하는 노력은, 사진을 찍고 난 후에도 계속된다. 원본에 더해지는 수많은 손질이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사진관에서는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진에 포토샵 처리를 해준다. 우리대학교 사진샘에 근무하는 고명우 사진사는 “특별한 부탁이 없어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진을 고쳐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증명사진의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과도한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은국 교수(문과대·성격심리)는 “사진에 집착하는 현상은 외국에 비해 유달리 한국에서 심하게 나타난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인한 것으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신을 평가받고자 하는 심리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를 “건강하지 못한 문화”라고 규정짓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모에 의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의 분위기를 개선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진에 나타나는 개인의 외모가 성별이나 장애처럼 당연히 차별돼서는 안 되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을 때까지, 사진을 찍기 위해 거액의 금액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이 같은 문화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정혜진 기자 jhjt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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