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눈치는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콜밴이 생겼다. 장애학생용. 이용하는 사람은 현재 딱 1명이다. 나머지는 근로봉사학생, 정부 등 다른 곳의 도움을 받고 있다. 셔틀버스는 이용할 수 없다. 2개의 승차계단이 있기 때문에. 산 많고 언덕 많은 우리대학교를 걸어 올라갈 수도 없다. 결국 방법은 콜밴이다.

 정말?

  지난 2010년 총학생회 <you>는 셔틀버스 확충을 공약했다. 이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2011년 1학기 개강에 맞춰 새롭게 1대가 추가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노선, 안정성 문제 등에 대해 2월부터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한 의견으로 “저상 셔틀버스”를 도입해달라는 안건을 전달했다. 그러나 저상버스는 비용이 두 배 이상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대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장애학생용 콜밴 도입이 확정되었다. 도입된 일반 셔틀버스는 12분이라는 안정적 배차 간격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우리는, “저상 셔틀버스” 대신 “장애학생용 콜밴”을 갖게 되었다.

  우와아 축하할 일이다. 장애학생용 콜밴이 새로 생겼대.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

  그렇다. 콜밴이 생긴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올해 입학한 박다솜(사회·11)씨는 이 콜밴 덕분에 수업에 오고, 친구들과 놀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무언가를 연상시킨 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학교를 다니는 것이 어려워. 그러니까 특수학교를 다녀야해. 너희끼리 다녀야지. 일반 학교는 ‘위험’하단다. 장애인이라고 다른 학교에 다닐 필요가 뭐가 있어. 건물을 조금만 고치면 되지. 경사로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놓자. 자 이제 너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지? 우리 함께 다니자.
  특수학교를 만드는 건 싸다. 장애인 몇 명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만들 필요가 없다. 콜밴을 도입하는 건 효율적이다. 장애학생 몇 명 때문에 우리대학교 학생 모두가 이용하는 셔틀버스를 2배나 비싼 저상버스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싼 걸까?

  우리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한 기억이 거의 없다. 인구의 10%가 장애인인데 그럼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 1백명 중 10명은 장애인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이유는 그들은 그들을 위한 특수한 시설에서 살고, 특수한 학교에서 배우며, 특수한 곳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 10명 중 1명은 배제시키는 교육, 당연히 존재하는 인간들이 마치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현상. 이것은 바람직한가? 어쩌면 우리는 당연히 배워야 할, 배웠어야 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놓친 것은 아닐까? 그 비용이라는 이유로 놓칠 수 없는, 놓쳐서도 안 되는 교육을?

   저상버스가 도입되면 불편하다. 배차 간격은 12분인데 장애인 1명이 탈 때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분이다. 10분 아끼자고 버스 타는데, 버스 안에 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2분씩이나 빼앗다니.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이 2분 그리고 자리가 좁아지는 불편함은 장애 학생을 위한 것인가? 아니다.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언제 애를 낳아 유모차를 끌고 저상버스에 오를지 모르고, 언제 교통사고를 당해 불편해질지 모르고, 나이가 들어 다리는 못 쓸것이 될지 모른다. 우리는 그들과 똑같이, 저상버스를 사용할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2배나 되는 저상버스비, 비싸다.

그러나 투덜대지 않고 저상버스를 타는 법,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여기서 배우지 않는 다면 어디서 배울까? 최소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배우고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2배의 버스비, 연세의 모든 학생을 위한 조금 비싼, 그렇지만 매우 타당한 교육비인 것은 아닐까?

 

우리대학교 김혜공(경영ㆍ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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