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 아티스트를 통해 알아본 피규어의 매력

MBC  「무한도전」 에 출연하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축소한 피규어를 기억하는가? 피규어(Figure)란 영화·만화·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장난감의 일종이다. 그 자체가 움직여서 생동감을 주지는 않지만 수집하는 재미와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 2~30대가 됐어도 여전히 장난감을 모으는 데 시간을 쏟는 키덜트족을 양산하는 데도 한 몫을 했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장할 수 있다는 떨림 때문에

피규어를 모으고 만드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피규어의 매력은 그들만이 소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피규어는 대부분 한정수량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희소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또한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수집취향을 가지고 있다. 같은 모양의 피규어라도 제조회사나 제조국가에 따라 모두 다른 피규어로 취급해 같은 캐릭터를 성실하게 모으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피규어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는 사람들도 있다.

피규어를 좋아해 하나둘씩 모으던 피규어가 40만여점에 이르러 박물관을 낸 사람도 있다. 바로 삼청동의 토이키노 박물관 손원경 대표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피규어를 수집했고, 지금은 불혹의 나이지만 여전히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 손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 캐릭터들이 자기 책상위에 올려져있다는 것에 큰 희열감을 느꼈고, 이후 틈틈이 용돈을 모아 피규어를 수집하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예전에는 손 대표와 같은 매니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베어브릭이나 소니엔젤과 같은 피규어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아마추어 수집가들이 크게 늘었다. 정경은(사복·10)씨는 “피규어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것은 아니지만, 베어브릭 토이는 몇 개씩 모아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 한 장을 예술로, 모모트

피규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티스트가 독창적인 피규어를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모트다. 모모트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청년 4명이 만들고 있는 종이피규어로, 최근 나이키, 빈폴, MCM의 프로모션을 담당해 이 브랜드들의 진열대를 지키고 있는 종이인형들이 바로 모모트의 작품이다.

모모트는 ‘네모네모로보트’의 줄임말로 로봇과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는 것이 많다. 모모트의 기본 컨셉은 종이매체를 사용해 피규어를 만드는 것인데, 그 이유를 묻자 이준강 디자이너는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피규어가 대중화돼 있지 않아서 당장의 상업성이 보이지 않았지만, 종이는 단가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어 쉽게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희열 매니저는 “종이는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며 “종이는 재질의 특성상 무한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 표현가능성이 큰 재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피규어를 구입해 모으는 것과 모모트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입을 모으며 “모모트는 ‘참여’가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말했다. 모모트를 구매한 사람은 바로 완성품을 받는게 아니라 종이 도면을 받게 되고, 직접 모모트를 만들어야 한다. 수집가 중에서도 완성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의 노력이 더 담기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모모트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이다. 매니저 박씨는 “자기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피규어를 어떻게 쉽게 버릴 수 있겠냐”며 “그러한 점을 고려해 직접 만들 수 있는 참여형태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술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

피규어 아티스트가 되려면 당연히 조각, 공예, 디자인과 같은 예술적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벌 것인가, 아티스트가 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현재 국내 피규어는 그리 전망이 밝거나 성공이 보장된 시장이라 할 수 없다. 국내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외국기업의 회사에 소속돼 있는 실정이다. 모모트의 이흔태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서는 피규어 아티스트가 성공하기 힘들다”며 “꿈을 이루는 동시에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국내 대부분의 피규어 회사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한편, 수익 창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모모트를 예로 들면,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기 갤러리나 공동예술작업에 참여하는 한편 잘 알려진 브랜드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에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보조적인 업무를 하는 등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얻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피규어의 매력에 대해서 그들은 모두 ‘모아본 사람’만이 그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피규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풍경을 보고 일각에서는 ‘오타쿠 문화’라고도 한다. 하지만 만나본 이들 중 누군가는 피규어를 두고 모으고 싶은 것을 모을 수 있으니 ‘고급문화’라고 칭했다. 피규어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박미래 기자 elf_in_miwoo@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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