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정부는 만 5세아에 대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대폭 확대해 오는 2016년까지 사실상의 5세아 무상교육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득순위 하위 70% 가정 아동들에게 월 17만 7천원씩 지원하던 것을 내년부터 확대해 5년 후엔 전체 아동에게 사립유치원 평균교육비 전액 수준인 월 30만원씩 지원한다는 것이다. 5년 후 월 30만원의 의미, ‘공통교육과정’ 운영 등 추가적 논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 여럿 있지만 여기서는 재정지원 방향에 국한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국가가 재정지원을 확대한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이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원해 준대, 아이 기르기 좋아지겠네” 정도의 사안이라기보다는 지원 우선순위에 대한 철학의 문제이고 국민적 컨센서스가 같이 가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이란 국가가 학교시설의 확보, 교원의 수급과 인건비, 교육과정 운영 등을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공교육은 원칙적으로 ‘무상의무교육’을 지향하지만 의무교육은 무상이 전제돼야 하므로 모든 공교육이 무상의무교육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의무교육 대상이 아닌 고등학생은 수업료를 낸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에 대한 의무교육조차 재원 부족으로 제도 도입 50년 후인 2004년에야 완성됐다.         
이번에 나온 5세아 지원 확대는 지난 1997년, 우여곡절 끝에 법제화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및 무상교육ㆍ보육 원칙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해당한다. 향후 초·중등보다 현저히 낮은 교원 인건비의 동등화, 4·5세 아동에 대한 지원 확대 등 더 큰 규모의 재원 투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영유아기는 인지·정서·사회영역 등과 같은 기초능력이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인적자원의 투자 대비 회수율이 가장 큰 시기이므로 소득격차에 따른 개인차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계획만을 위해서도 1조원 가량이 필요한데 이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내국세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초·중등 교육예산의 삭감효과를 낳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등록금 수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재정이라는 파이의 크기는 한정돼 있다. 교육 부문이 가져올 수 있는 크기 또한, 이미 국방예산보다 더 많은 분야별 1위인만큼 현재 이상으로 확대되기는 어렵다. 이제 그 안에서 어디에 얼마를 더 보태고 줄일지의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구미선진국의 담세율은 20% 안팎인 우리의 두배에 가깝다. 국방비에 대한 부담도 우리보다 현저히 낮다. 고졸자의 80% 이상이, 그것도 직업활동 단계없이 바로 대학에 가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각 부문에서 자신의 파이 크기를 위해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파이나누기를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논의,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순위에 대한 철학이 있는가, 나아가 파이나누기로 해결이 가능한가에 대해서까지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대학교 김혜숙 교수(교과대·교육행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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