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를 확립한지 20여년이 지났다. 연금제도의 실시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연금은 어떻게 보면 장기 저축의 형태이다. 매달 돈을 넣고 은퇴한 후에 돈을 다시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퇴 후에 받는 화폐가치가 그때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연금에 가입하는 대신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부동산을 소유했고 연금을 받는 계층은 교사, 공무원, 군인 등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연금제도가 보편화되면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김정식 교수(상경대·국제금융론)팀은 지난 1월 3일「조선일보」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이 이뤄진다고 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은 2030년에 66조2000억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수명연장과 고령화로 의료비는 늘어가는데 보험료는 그 비율로 늘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결국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발행해야 한다”며 “그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보험료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연금제도의 위기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만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 김 교수는 “연금제도가 불안정할 경우,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한다”며 “이는 부정부패의 만연과 각종 범죄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00세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현재, 연금제도의 불안정함은 사회불안의 시작인 것이다.

따라서 연금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일단, 제도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연금제도의 운용은 노동자 등의 연금 수혜자 대표가 맡아서 하고 있다. 이는 물론 수혜자의 의견을 반영시킨다는 점에서 뜻깊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전문가가 관리했을 때의 효율성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금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퇴직 연령을 높임으로써, 연금을 타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정리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국가에서 퇴직 연령을 높이는 것은 곧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또한 동반되야 한다.

결국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사회 전반의 발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김 교수는 “아직 연금제도의 적자는 100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에 감당할 만하다”며 “10년 후에는 적자가 해결되야 서구적인 선진 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직장을 퇴직한 다음에도 살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의 도래 여부는 10년간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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