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전적 14승 4무 11패로 절대우위

지난 1일 아침 11시 잠실 야구장에서 ‘99학년도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아래 고려대) 정기 친선경기대회(아래 연고전)’ 개막식이 열려 이틀 동안의 치열한 경기와 응원의 막을 올렸다.
양교 풍물패의 민속놀이 행사로 시작된 이날 개막식은 양교 총학생회 임원단·응원단·야구부 선수단·학군단 기수단 입장 및 양교 총장의 개회사와 격려사, 총학생회장 인사 ,선수선서와 개최학교인 우리대학교 김병수 총장의 개회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출발부터 꼬이는 경기였다. 1회초, 우리대학교 선발투수 조용준군(유럽어문·2)은 초반 제구력 난조로 볼넷을 두개나 허용하고 3루타를 얻어맞는 등 2실점으로 힘겹게 1이닝을 마무리 했다. 타자들마저 물방망이질을 했다. 1회, 2회를 삼자범퇴로 끝내고 그나마 볼넷을 얻은 4회말에는 후속타 불발로 득점하지 못했다. 바로 전 4회초에는 포수실책으로 1점을 더 내줘 패색이 짙었다. 0대 3으로 뒤지던 6회말, 연속안타와 고려대 유격수의 실책에 힘입어 신명철군(체육교육·3)의 평범한 땅볼로 첫 득점을 얻었다. 곧 이은 이우인군(체육·3)의 2·3루를 가르는 안타로 1점을 추가하고 신군은 3루로 도루까지 해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는 듯 했다.
그러나 고려대 강봉규 3루수는 채상병군(체육·2)의 3루쪽 직선타구를 포수에게 송구, 홈으로 전력질주하는 신군을 테그아웃 시켰다. 테그과정에서 고대측 포수와 신군간의 심한 접촉으로 서로간 신경전과 욕설이 오갔고 순식간에 모든 선수들이 뛰쳐나와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주먹다짐과 발차기는 물론 방망이로 서로를 위협하는 등 심한 몸싸움이 계속됐다. 난투극 중에서도 양교 관중들의 격렬한 응원이 계속돼 경기장 분위기가 빠르게 과열됐고 경기는 50여분 가량 중단, 고대 덕아웃의 선수들이 모두 퇴장하기도 했다.
재개된 경기에서 고대 투수의 안타 2개와 연속 볼넷 허용으로 3대 3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빗발이 점점 강해져 7회말로 경기는 중단되고 양팀은 무승부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두팀 모두 강하게 비가 내리는 중에도 최선을 다했으나 ‘퇴색된 양교의 축제’, ‘학생답지 못한 난투극’ 등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첫 승리의 폭죽은 농구장에서 터졌다.
지난 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농구경기에서 우리대학교 농구부가 72대 69로 연고전 첫승을 올렸다. 우리대학교 주전은 대부분 1,2학년으로 구성돼 초반에 열세를 보였으나 김동우군(체육·1)이 21점을 올리는 등 예상외의 전력을 보였다. 전반전을 43대 37로 마무리한 우리대학교 농구부는 후반전을 근소한 차로 계속 앞서나갔다. 후반 12분경 고려대 김대환군(고려대·체교3)의 3점슛으로 역전을 허용해 고려대 쪽으로 승세가 기우는 듯 했으나 후반 12분 32초 우리대학교가 2점을 추가, 그 기세를 꺾어 승리로 이끌었다. 주장 은희석군(상경경영·4)은 “고대에 비해 약세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신장과 리바운드면에서 우세했던 것 같다”라 며 “남은 대회에서도 무난히 성공하리라 예상한다”는 자신감을 표명했다.
농구 경기에 못지않게 두 학교의 응원전도 치열했다. 경기 내내 응원단과 블루나이트, YT가 경기장 주위를 메우고 연대와 고대 관람석의 하나된 응원과 환호로 경기장은 열기로 가득찼다. 한편, 전후반 사이 휴식시간에는 양교 응원단이 자리를 바꿔 응원을 하는 등 연고 화합의 마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얼음장을 녹이는 맹렬함으로.”
영원한 숙적이라 불리는 두 대학의 결코 질 수 없는 대결이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졌다.
1피리어드 선취득점과 함께 4대 1로 앞서가던 우리대학은 마지막 3피리어드에서 2점을 내주며 승리의 발목을 잡히는 듯 했다. 그러나 수비진의 분투에 힘입어 승리의 골문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링크장을 떠나지 않고 학우들과 더불어 한판 놀이를 펼치던 선수들의 모습이 차가운 공간을 승리의 짜릿함으로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한편, 고려대팀의 민선기 선수(체육교육·1)는 부친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 고려대 선수들이 상장을 달고 경기에 임하는 동지애를 선보였으며 경기를 끝마친 후 링크장 위에 설치한 분향소에 절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열심히 싸워준 우리팀 선수들과 극한 상황에서도 경기에 최선을 다한 고려대팀 선수들 모두 그들이 흘린 땀으로 아이스링크장이 녹아 버릴 지경이었다.
연고전을 승리로 마무리짓는 통쾌한 한판이었다.
초반 우세한 경기로 기선을 잡은 우리팀은 전반 23분 신현호군(사회체육·4)이 첫골을 터뜨렸다. 이에 기세오른 선수들은 날카로운 가로채기로 고대 문전까지 쇄도해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을 1분여 남겨두고 이경주군이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골키퍼를 피해 공을 골네트 우측하단에 통렬하게 꽂았다.
우리팀은 전반을 완벽하게 마무리지었으나 섣부른 승리감 탓인지 후반초 호흡이 맞지않고 패스미스가 잦아지는 등 조직력이 크게 흔들렸다. 결국, 후반 1분 골문 30여미터 앞에서 프리킥을 얻은 고려대는 손동현군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김상록군이 골로 연결했다. 그후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경기가 종반에 이르러 골기퍼까지 나와서 공격을 가하는 고대팀에 몰려 우리팀은 수세에 처했다. 그러나 경기내내 뛰어난 기량을 보인 골키퍼 나경만군(인문학부·1)의 선방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해 99연고전 무패기록을 작성했다.
우리대학교 김호근감독은 “경기자체보다는 연고전을 승리로 이끌어서 기쁘다. 주장인 김성근군(사회체육·4)이 팀을 잘 이끌어 이긴 것 같다”며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나자 고려대 선수들이 심판의 경기운영과 시간계산에 강하게 항의하며 폭력적인 언동을 해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인가 눈물인가? 지난 2일 잠실 축구경기장에 내린 비는 우리대학교 럭비 선수들의 눈물이었다.
전날부터 계속 내린 비로 잠실의 잔디는 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더군다나 경기 시작 시간까지도 비가 멎지 않아 조금만 강하게 움직이면 잔디가 뿌리째 날아가고 흙도 깊숙이 패여 올라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아주 과격한(?) 경기인 럭비경기가 진행된다면, 직후 펼쳐진 축구경기는 물론이고 어제 벌어진 한·중 축구경기도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전격적으로 럭비경기는 취소되고 말았다.
“맨발로라도 제발 뛰게 해 주십시오!”, 감독에게 울먹이며 호소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모두들 눈시울을 붉혔다. 힘없이 경기장을 나가는 선수들의 처진 어깨를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는 아쉬운 ‘럭비경기’였다.
이번 연고전에서는 정규 경기 이외에도 동아리들끼리의 아마추어 경기들도 열려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야구와 농구가 열린 지난 1일에는 각 경기 1시간 쯤 전에 야구와 농구의 아마추어 경기가 열렸다. 아침 10시에 열린 농구 경기는 접전 끝에 차정호군(공과기계·4)이 주장으로 뛴 우리대학교 팀이 80대 77로 승리했다. 이에 앞서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아마추어 야구 경기 역시 우리대학교 팀이 선전한 끝에 9대 4의 5점차로 고려대팀을 크게 이겼다. 지난 2일에는 낮 2시부터 시작되는 축구경기에 앞서 아침 9시부터 아마추어 축구경기가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경기에서는 야구와 농구 경기에서의 승세를 몰아 선수들이 분발한 결과 5대 1로 크게 이겨 아마추어 연고전의 완승을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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