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

“생물의 설계도”, “생명의 책”

이는 게놈 지도의 별명이다. 게놈이란 한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게놈 지도는 유전자의 표준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1990년부터 13년간 진행된 인간 게놈 지도 프로젝트는 2003년에 드디어 완성됐다. 문제는, 지도가 완성됐음에도 의학계와 과학계에 진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2010년 6월 12일 「뉴욕타임즈」는  “게놈 지도로 의약계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이 학계와 일반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다”는 평을 내린 바 있다.

백융기 교수(생명대·융합오믹스)는 “설계도만 있으면 되나요? 일꾼이 집을 잘 짓고 있나도 관찰해야죠”라고 말한다. 유전자를 설계도라고 생각했을 때, 게놈 지도는 그러한 설계도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이 설계도에서 문제가 있다면 게놈 지도를 보고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고치면 된다. 그러나 설계도가 이상이 생겨서 병이 걸리는 경우는 전체 질병 원인 중에 2~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일꾼이 설계도에 따라 집을 짓지 못해서 질병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꾼의 이름은 단백질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약들의 99%도 게으름 피우는 단백질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백 교수는 단백질이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원래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준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2010년 9월 23일 백 교수는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아래 HUPO)*의 회장으로서 인간단백질지도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식 선포했고, 10년간 15개국이 참여하여 각 염색체 별 단백질지도를 만들기로 계획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염색체 13번의 단백질 지도를 만들기 시작하여 현재 2천6백여개의 단백질 지도를 만들어냈고 베일에 가려진 10개의 단백질 정체를 알아냈다.

지금까지의 단백질 지도 프로젝트의 성과는 좋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난관은 단백질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백 교수는 “게놈 지도에 드는 노력을 1이라고 칠 때, 단백질 지도에 드는 노력은 10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단백질 지도를 만들려면 단백질의 주소, 구조, 그 단백질의 친척인 구조이성체까지 밝혀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백 교수는 이 지도가 완성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통한 국제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앞으로 있을 HUPO사업 등을 통해 인간은 10년 후 게놈 지도와 단백질 지도 두 개를 모두 갖게 될 전망이다. 두 지도로 인간은 질병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고,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질병의 감소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백 교수는 앞으로의 단백질 지도가 완성된 한국 사회에 대해 “60~70살까지 기력이 쇠하지 않은 한국인이 생겨 중년기를 다시 정해야 할 것이다”고 청사진을 그린다. 젊은 노인들이 있는 한국 사회, 건강해보이지 않은가.

* HUPO: 단백질(프로테옴) 연구를 위해 2000년에 결성된 국제공동연구단체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