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부터 경기도에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주민발의가 진행 중이다. 주민발의제는 일정한 수의 주민들이 서명을 통해 자신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 개정 또는 폐기해 줄 것을 지방의회에 청구하는 제도이다.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서울시의회에 청구하려면 6개월 동안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의 1%에 해당하는 약 8만 2천명의 서명을 받아야한다. 서울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아래 서울본부)는 지난 2010년 10월 27일부터 오는 4월 26일까지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학생도 인간이다’라는 당연한 명제의 실현이다. 기존 학교 교육은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학생에게 신체적, 정신적 굴종을 강요해왔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러한 학교를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이다. 더욱이 학생인권조례는 조례라는 형식으로 지역사회에서 직접 마련한 기준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미 시행중인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자문위원회가 조례안을 작성했으며,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1백인위원회가 조례안을 작성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금지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 및 복장개성 존중 △학생 동의 없는 소지품 검사행위 금지 △특정 종교과목 수강 강요행위 금지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더 나아가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소수 학생 권리 보장 △인권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 등의 내용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조례의 적용대상을 유치원생까지 확대했다. ‘교육공동체 나다’ 활동가 전누리씨는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기존 학생인권조례의 조문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규정을 추가해 학생인권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본부는 서울 각지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24일엔 망원동 망원우체국 앞에서 서명운동을 했다. 실제로 적용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서명을 받았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둠코’씨는 “학교가 학생인권을 존중했다면 학교를 자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잘 지키리라고 믿진 않지만 학생들에게 힘은 될 것”이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학생 ‘예솔’씨는 “학생과 교사를 떠나서 인간이 인간을 때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까지 서울본부는 약 2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다영’씨는 “서명용지를 찢어서 얼굴에 뿌린 할아버지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배경내씨는 “주민발의에 필요한 서식이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해,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주민발의 방식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직접 시민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홍보하고 필요성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실을 붕괴시키고 교권을 추락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씨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교실붕괴론은 90년대 담론으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많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학생, 교사, 학부모의 80%이상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교육연구소가 수도권 학생 1천8백85명, 전국 교사 1천4백78명, 수도권 학부모 9백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인권에 관한 학생, 교사, 학부모 의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생의 88.6%, 교사의 88.7%, 학부모의 87.6%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학생, 교사, 학부모가 지지하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민 8만 2천명의 서명을 통해 서울시의회에 상정되고, 이어 제정되길 기대한다.

박소원 기자 parksow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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