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ㆍ봄을 맞는 우리대학교 신촌캠퍼스에는 진달래와 철쭉 등 봄꽃이 만발할 것이다. 이곳저곳에 만발한 진달래, 벚꽃은 대학 시절 황금기를 수놓고 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연세 동문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신촌캠퍼스의 봄꽃 풍경을 떼려야 뗄 수가 있겠는가. 먼지 잔뜩 덮인 과거 사진 앨범을 찾아 열어보라. 봄꽃을 배경으로 찍은 빛바랜 사진들이 없는 동문이 있겠는가.

학교 다닐 적 캠퍼스의 봄 명승지라면 광복관 앞 벚나무와 용재관 앞 진달래 꽃밭을 꼽았다. 하지만 광복관 앞 벚꽃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얼마 전 학교를 찾았을 땐 광복관 앞의 벚나무는 없었다. 대신 신축된 건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직육면체 흰색 건물은 차갑게 서 있었고 머릿속 벚꽃은 흐려져 갔다.

종종 이메일로 학교소식이 들어오곤 한다. 때마침 받아본 경영대 뉴스레터(23호)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경영대가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3위권, 글로벌 30위권 진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신경영관을 짓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장소가 용재관 자리다.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펴 오가는 이들이 사진 찍곤 하던 그곳.

“신경영관은 백양관 맞은 편 용재관이 놓여 있는 대지(2,760m2, 835평)에 지하 3층∼지상 9층의 현대식 건물로 신축될 예정이다. 연면적 25,575m2(7,736평) 규모로 (중략) 신경영관 설계는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강의시설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교수진에게는 국제수준의 연구시설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이 건물은 오는 2013년 여름 준공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현재 용재관을 이용하고 있는 교육대학은 올해 중으로 다른 장소로 이전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재 백양관에 있던 입학처가 이사 준비를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신경영관이 백양로삼거리 한편에 들어서면서 지금까지의 캠퍼스 모습과는 확 달라질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용재관 앞 진달래 꽃밭은 올해 마지막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추정한 근거는 조감도에 있다. 조감도를 보면 현대식 건물에 부속한 조경이 있다. 조경수가 심겨져 있으나 진달래 꽃밭처럼 보이는 곳은 찾을 수 없다. 진달래의 소박한 자태가 한데 모여 군무를 이루는 장관이 이젠 동문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되는 것이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첨단 건물과 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점엔 동의한다. 경영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 역시 절실할 것이다. 그래서 건물 짓겠다는데 반대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니다. 시설이 열악하고 좁은 공간에서 후배들이 고생하며 공부하길 원하는 선배는 없다.

하지만 동문으로서 부탁하자면 광복관 건물이 세워지면서 잘려져 나간 벚나무처럼, 용재관 앞 진달래 꽃밭을 없애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 어느 날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내 기억 안에 있던 진달래 꽃밭이 신경영관의 첨단 건물이란 실체와 동기화될까봐 겁난다. 현실과 동기화된 추억이 실체를 잃은 채 송두리째 사라지는 게 싫다.

 

중앙일보 사회부문 기자
강홍준 동문(행정ㆍ85)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