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컬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게임 제작의 세계

화요일 낮 2시 강남역의 한 회사, 분명히 한창 근무에 바빠야 할 회사인데 다들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청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고, 어떤 사람은 안마기계에 앉아 안마를 받고 있다. 뭔가 ‘콩가루’같은 직원들, 이들은 2011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 게임 ‘테라’를 만든 장본인들이다.

‘테라’를 만든 벤처 기업 ‘블루홀스튜디오’의 대표 김강석 동문(정외·90)은 “게임 산업은 한국의 콘텐츠 사업 중 가장 큰 분야”라고 말했다. 한류 열풍이 부는 영화, 드라마, 음악과 같은 분야들보다도 수출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국제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 ‘게임 산업’, 이 직종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 무엇일까?

2백70명의 직원들 중 가장 희소하고 특이한 일,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임신형 동문(기계설계·93)을 만났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들을 총 지휘하는 테크니컬 아트디렉터인 그는 먼저 이 직업을 소개했다. 게임은 디자인, 아트, 프로그램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이 되어 결과물을 내는 작업인데,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이 결합이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도록 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임 동문은 “아티스트가 잘 만들어낸 결과물을 가져다가 화면에서 아티스트의 의도대로 비치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테크니컬 아티스트의 업무의 예를 들었다. 게임을 보면 피부나 무기 등의 질감이 매우 생생하게 표현되는데, 이를 만들어놓아도 실제 화면에서는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들의 의도대로 화면에서 표현되도록 빛을 조절해 보정하는 등 그림을 기술적으로 프로그램에 맞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만들어 합쳤을 때 딱 들어맞는 프로그램과 아트적 요소를 각각 주문하기도 한다.

어떻게 테크니컬 아티스트가 됐냐는 질문에 임 동문은 “내가 걸었던 과정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데”라며 웃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 때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려 컴퓨터로 옮기고, 프로그램을 돌려 게임을 만들었다. 대학 시절에도 이 작업을 했으나 번듯한 직장을 얻고자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에 들어갔다. 2년간 그곳에서 일하다가 결국 자신의 열정이 향하는 곳을 택해 리스크를 무릅쓰고 벤처 기업을 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는 테크니컬 아티스트였던 것이다.


게임 산업에서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분야가 탄생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직업이다. 작은 게임 프로젝트보다는 큰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직업이기에, 대작 게임들이 늘어가는 상황에 맞춰 테크니컬 아티스트들의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임 동문은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일이 복잡해질수록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져요”라고 말했다. 게임을 만드는 작업에서도 하나를 깊이 파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넓게 아는 제너럴리스트들의 필요성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임 동문은 “이 재미있고 전망도 밝은 직종에 왜 도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록 게임 산업이 변화가 많고 리스크가 큰 분야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수입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는 “홈페이지에 있는 메일을 통한 상시채용이 이루어지니, 욕심 있는 인재들이 꼭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 또한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벤처 기업들은 인재들을 목말라한다”며 “대기업으로 성장한 벤처 기업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10년 전 모습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했다. 게임 산업에서는 학점도, 토익, 전공도 아닌 ‘가능성’과 ‘열정’을 본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이 직업, 게임을 사랑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이라면 도전해 보자.

 

 

김유진 기자 lcholic@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