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방영된 드라마 『나쁜 남자』에서 문재인 역의 한가인은 그동안 보여줬던 청초한 매력을 감추고 박시한 셔츠에 롤업팬츠, 그리고 검은색 워커힐을 신고 나왔다. 그녀가 여성스러운 매력을 잠시 뒤로 한 것은 드라마 상에서 날카로운 판단력과 빠른 눈치가 있어야 하는 ‘아트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 컨설턴트는 지난 2010년 말 온라인 취업 포탈 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드라마 속 매력적인 직업’에서 5위를 차지했다. 4위를 한 의사와도 어깨를 겨루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어반 시크룩*을 구사하는 한가인’을 찾기 힘든 것은 왜일까.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정윤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도 작고 작품을 살 수 있는 컬렉터들도 적기 때문”이라며 “미술시장도 작고 거기에 비례해서 아트 컨설턴트 수도 적은 것” 이라고 답한다. 그녀는 고객에게 미술작품을 선정해주고 공간에 어울릴 수 있도록 배치해주는 일을 한다. 바로 그 아트 컨설턴트인 것이다.


그녀가 그 직업에 정착하기까지 거친 공부는 방대하다. 뉴욕 주립대학 계열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취득해 예술과 경영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 그리고 미국의 3대 아트 딜러인 제프리 다이치의 갤러리에서 안내인을 하면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한국에 와서는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냈고 지금은 다양한 강의와 전시를 기획한다.

그녀는 아트 컨설턴트의 본질이 미술계의 이슈에 부합하는 작가를 찾고 그 작가와 세상을 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신념에 따라 지난 2010년 홍익대 데이비드 홀 교수의 아이디어들을 바깥세상에서 숨쉬게 만들었다. 'HOUSES+BODIES'라는 이름을 건 청담동 갤러리에 몸과 집이 하나가 된다는 홀 교수의 미래적 작품들이 내걸렸다. 마치 달팽이가 잠잘 때 침실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있는 껍데기에서 자는 것처럼, 인간도 앞으로 자신의 몸이 하나의 집이 된다는 것이 주제다.

“하도 컨셉이 실험적이라서 갤러리가 망할 줄 알았다”는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청담동 갤러리는 쪽박 대신 대박을 쳤다. 사실인즉슨 갤러리에서는 바이오 계통의 사람들과 디지털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것.

그녀는 이 ‘어반 쉬크룩의 한가인’이 미술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서 “미술시장만큼 새로운 정보가 흘러넘치는 곳이 없기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한가인’이 미술을 사랑하는 그 본질적인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어반 쉬크룩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장담한다.

*어반 시크룩: 블루와 스모키 그레이, 블랙 등을 메인 컬러로 사용해 모던하고 절제된 실루엣을 보이는 스타일링

 

임서연 기자 guiyoomi@yonsei.ac.kr
사진 유승오 기자 steven10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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