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제도

학기 초가 되면 전공서적을 복사하려는 수요가 많다.
‘2011학년도부터 대학수업에 저작물 마음껏 이용가능.’ 지난 2010년 8월, 언론에서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새학기를 맞이한 요즘, 여전히 학내 복사실과 학교 주변 복사가게는 불법복사를 하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다. 올해부터 시행한다던 이 제도,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정부에서 새롭게 도입하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제도’는 대학이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불해 수업시간에 다양한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는 달리 대학과 권리자단체는 여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진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광부) 주무관은 “예상보다 대학과 저작권자들 사이의 협상이 늦어져 시행시기가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빨리 보상금을 받길 원하는 저작권자들과 달리 대학측은 추가재정 부담을 요하는 법 시행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상금액과 보상금 책정방식이다. 보상금액의 경우, 문광부에서는 학생 일인당 가격기준을 기존에 알려졌던 4천190원보다 낮춘 4천원 미만으로 고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또한 학교가 과다한 보상금을 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납부액을 전체 등록금 수입의 1/10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 금액이 등록금으로 전가될 가능성 역시 적지 않아 결국 학생들의 짐만 무거워지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상금 책정방식도 문제다. 대학은 학내 저작물 이용량에 따라 보상금을 납부하는 ‘개별이용방식’과 학생 수를 기준으로 정액을 납부하는 ‘포괄이용방식’ 중 금액이 적은 쪽을 선택해 보상금을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저작물을 이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인데다가 학생 수로 금액을 계산해 일괄적으로 걷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다. 기획실 관계자는 “저작권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확보한 후 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형두 교수(법과대·지적재산권법)는 “저작물 사용에 대해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지만, 현재 보상금제도는 고육지책”이라며 “지금의 방법으로는 초기시장 비용이 너무 높아 실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저작권자, 대학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제도가 언제쯤 시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기만 하다.

 

 *수업목적 저작물이용 보상제도란?
대학의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외에도 많은 저작물이 사용된다. 저작권법은 학교 수업에 대해서는 특례를 두어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여 학교가 저작물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후에 일정한 보상금을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납부하도록 하였다. 보상 수준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중립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대학과 권리자단체 간에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정혜진 기자 jhjtoki@yonsei.ac.kr
사진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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