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기부하는 것 이상의 후원문화가 번지고 있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나의 후원아동인 비비의 존재 그 자체다. 나로 인해 희망을 안고 살아가게 된 어린 여자 아이. 비비를 후원하게 된 이후부터, 나는 매사에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됐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월드비전 후원자 정지혜씨)
인종과 국적이 다른 ‘내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 아동을 후원하는 것으로는 △해외아동결연사업(아래 해외결연)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아래 모자뜨기)이 대표적이다.

해외결연은 NGO를 통해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저개발 지역 아이들과 1대1로 결연을 맺어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간다의 카룬기(6)와 4년째 결연을 지속해오고 있는 곽나영(경제·10)씨는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가지던 중, 한비야씨가 방송에서 해외결연을 언급한 것을 보고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 곽씨는 “내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고, 직접 아이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결연 방식이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씨는 카룬기를 위해 우간다에 크레파스와 스케치북 등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월드비전 후원관리팀 조살롬씨는 “해외결연 후원자는 30~40대 여성이 가장 많다”며 “이들 중에는 후원 아동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아이에게 친구나 또 다른 형제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모자뜨기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일교차가 큰 아프리카의 말리, 네팔 등에서는 저체온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죽는 신생아가 6백만명에 이른다. 이에 후원자가 키트를 구입해 직접 뜬 털모자는 체온을 유지해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신생아의 생존율을 높여준다.

2011년 시즌4에 참여한 이다솔(디자인학부·10)씨는 “작은 털모자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커뮤니케이션부 박영의씨는 “많은 분들이 모자를 뜨는 과정에서 그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과 따뜻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낀다”며 “시즌1 때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결연을 맺고 모자를 뜨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는 다소 ‘손이 많이 가는’ 후원 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월드비전의 통계에 따르면 월드비전을 통한 해외결연 후원자 수는 지난 2000년 3만 7천여 명에서 2011년 현재 41만여 명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뜨기 역시 처음 시작한 2007년 2만 5천여 장 수급됐던 모자가, 4차 캠페인 마감인 올해 3월에는 최대 15만 장 수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씨는 최근 후원 경향과 관련해 “돈으로 후원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직접 참여해서 ‘내가 돕는다’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참여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희 교수(사과대·지역사회복지/사회복지행정)는 돈뿐만 아니라 정성을 들이는 위와 같은 후원 방식이 “나의 후원으로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고 내가 그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원자에게 직접적인 의미와 기쁨을 주며 동기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나눔으로 기부 방식 또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정주원 기자 shockingyellow@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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